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9곳이 모두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지침)에 따라 성과 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정부가 금융공공기관에 성과 연봉제 도입을 촉구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수출입은행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9개 공공기관 중 마지막으로 성과 연봉제 확대 도입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본급 인상률의 차등 대상을 부서장에서 책임자 직급으로 확대하고, 인상 차등폭을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된다. 또한 성과급의 비중은 20%대에서 30%로 늘어나며 개인별 성과급의 격차는 2배로 늘어난다.

수은은 “앞으로 정부의 '성과중심문화 확산 추진방향'에 맞춰 보수만이 아니라 평가·교육·인사·영업 부문에서도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사

◆ 한 달 만에 금융공기업 8곳이 성과 연봉제 도입 결정

노조 반대로 성과 연봉제 도입을 미뤄왔던 국책은행들이 서둘러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게 된 것은 금융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성과 연봉제 도입 작업을 마무리하라고 요청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지난 18일 산업은행, 23일 기업은행에 이어 한국예탁결제원과 신용보증기금도 지난 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성과 연봉제 도입을 매듭지었으며, 앞서 주택금융공사 등도 이달 초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과 연봉제 도입 작업을 마무리했다. 금융공공기관 9곳 중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성과 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예금보험공사뿐이다.

그러나 노조와의 합의 없이 취업 규칙을 변경하는 방식은 향후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어 개인 성과 평가제 도입 등 남은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한정애 더민주 의원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이 최근 산업은행(24일)과 기업은행(30일)을 방문해 강압적인 동의서 징구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점도 사측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노조 측은 “근로자에게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개정하면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사측은 “임금·성과 체계 개편은 근로자의 불이익으로 볼 수 없으며 성과 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은 무관하다”며 노조 주장에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