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회장님 차'로 통하며 현대자동차 ‘에쿠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잘나가던 쌍용자동차의 최고급 대형 세단 '체어맨W'가 추락하고 있다.

한 달에 100대도 안 팔린다. 모델 노후화로 경쟁차에 자리를 내주면서 회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티볼리 돌풍'으로 희색인 쌍용차의 티볼리 쏠림이 심화되면서 전체적인 판매 확대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쌍용차 체어맨W.

◆ 한 달에 100대도 못 파는 '체어맨' 어쩌나

체어맨W는 올해 1~4월까지 376대가 팔려 월평균 판매량이 94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47대)와 벨로스터(302대)에 이어 가장 적게 팔린 국산차에 이름을 올렸다.

체어맨W의 판매 악화는 쌍용차의 수익성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체어맨W의 가격은 5564만~9729만원으로 티볼리(1606만~2449만원)보다 최대 6배가 높다. 고가 차종보다 저가 차종이 많이 팔리다 보니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체어맨W 판매 추이.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올해 수익성 확보에 중점을 둔 경영 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체어맨W의 후속 모델 출시는 계획돼 있지 않다. 신형 SUV 개발 계획에 밀려 체어맨W가 후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언제쯤 신차가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내부적인 중장기 신차 전략에서 체어맨W 후속 모델 개발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체어맨 브랜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연식변경이나 부분변경 모델 출시 등을 통해 체어맨 브랜드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티볼리 에어.

◆ 빈약한 제품군, 신차 2대 중 1대 '티볼리'

티볼리는 쌍용차가 작년 1월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쌍용차는 티볼리 출시를 기점으로 꾸준한 판매 성장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티볼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3월 쌍용차가 차체 길이를 늘인 티볼리 에어를 추가로 선보이면서 티볼리는 쌍용차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에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3만146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티볼리는 46.4%가 급증한 1만6768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티볼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들은 24.8%가 감소한 1만3378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전체 판매량에서 티볼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늘었다. 작년 1~4월 티볼리의 판매 비중은 39.2%에 불과했지만, 올해 1~4월에는 55.6%에 달했다. 전체 판매된 신차 2대 중 1대 이상이 티볼리다.

티볼리를 빼면 내세울 만한 신차가 없다는 점은 쌍용차의 최대 약점이다. 쌍용차는 올해 초부터 '코란도 스포츠' 부분변경 모델에 이어 '코란도C'와 '렉스턴W'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였지만, 판매 상승효과는 미미했다. 일부 사양 개선만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실패한 셈이다.

쌍용차 2016년 1~4월 판매 실적.

업계 관계자는 "특정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생산성은 향상될 수 있으나,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빈약한 제품군은 경영상 큰 위험요소다"고 말했다.

크게 줄어든 수출 물량도 쌍용차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11년 7만3630대에 달하던 수출 물량은 작년 4만4877대로 64.1%나 급감했다.

올해 수출도 여전히 빨간불이다. 올 1분기 쌍용차는 1만1044대를 수출하며 전년 동기(1만1808대) 대비 수출량과 비중 모두 줄어들었다. 서유럽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동유럽(2%→1%)과 아시아·태평양(19%→7%), 남미(26%→15%)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쌍용차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회사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평택공장의 생산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현재 인기가 있는 티볼리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내년 상반기 Y400(렉스턴W 후속 모델)을 시작으로 매년 1종의 신차를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럽에서 티볼리 시승행사를 여는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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