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율 해마다 상승…감정가 2~3배 고가낙찰 잇따라
분묘 없으면 묘지권리자 동의 없이 지목 변경 가능

주택, 공장, 선박, 어업권, 묘지, 도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법원 경매를 통해 살 수 있는 물건들이다. 특히 묘지는 최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특수물건 중 하나. 묘지 경매의 경우 잘만 찾으면 싼값에 바로 개발까지 할 수 있는 ‘금싸라기 땅’이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묘지는 지목(地目)이 묘지로 등록된 물건을 말한다. 분묘(무덤)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묘가 이장(移葬)됐거나 나중에 묘를 쓰기 위한 목적으로 사전에 지목이 변경돼 실제로는 묘가 없는 묘지 물건도 있다.

경매에 나오는 묘지 매물의 면적은 1000㎡ 전후가 가장 많고, 2000㎡가 넘는 물건도 종종 나오는 편이다.

3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매달 경매로 나오는 물건은 전국에서 10~20건 정도로, 이 중 3분의1 정도가 낙찰돼 새 주인을 찾는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제각각이지만, 연도별 묘지 낙찰가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봉계리 묘지 1636㎡의 남쪽 전경. 지난 4월 경매서 감정가의 313%인 1억3811만원에 낙찰됐다.

묘지의 평균 낙찰가율은 2014년 72.2%에서 지난해 78.7%, 올해는 이달까지 91.3%를 기록 중이다. 올해 낙찰가율이 높아진 것은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된 물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저금리 기조로 최근 몇 년간 토지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묘지도 토지의 한 종류인 만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묘지는 일반 토지보다 가격이 저렴한데, 분묘가 없는 물건도 있어 잘만 찾으면 이득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분묘가 있으면 분묘기지권이 성립돼 주인 없는 무덤이 아닌 이상 묘지 권리자의 동의를 받아야 이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묘가 없는 물건은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지목을 변경할 수 있다.

실제 경매 사례를 보면 낙찰가율이 높은 묘지는 대부분 분묘가 없고 다른 목적으로 쓰였던 경우가 대다수다.

올 4월 첫 경매가 진행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봉계리 묘지 1636㎡짜리 물건은 신건이지만 무려 23명의 응찰자가 몰려들었다. 낙찰가는 1억3811만원으로, 감정가(4417만2000원)의 313%에 달했다. 법원 현황조사서에 따르면 분묘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숲이 우거져 분묘를 찾을 수 없고 큰 저수지와 도로가 가깝다는 점이 응찰자들을 끌어들였다.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묘지 410㎡. 지난 2월 경매에서 감정가의 210%인 2406만원에 낙찰됐다.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410㎡짜리 묘지도 지난 2월 첫 경매에서 25명이 응찰한 결과 감정가(1148만원)의 210%인 2406만원에 낙찰됐다. 지목상으로는 묘지였지만 실제로는 밭으로 쓰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

지난해 7월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의 215㎡짜리 묘지도 1차 경매서 10명이 응찰했는데, 감정가(2억5370만원)의 263%인 6억66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 역시 지목은 묘지에 속하지만 분묘는 없었고,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법원 현황조사서에 분묘가 없다고 나와도 실제로는 묘지가 있을 수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만큼 묘지 경매에 참여할 때는 현장 방문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강은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숲이 우거져 있어 외관상으론 분묘를 찾을 수 없어도 실제로는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분묘기지권으로 낙찰을 받고도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면서 “묘지 경매에 참여할 때는 되도록 나무나 풀이 높게 자라 꼼꼼한 답사가 어려운 여름·가을철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