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년간 조사해온 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6월 중 결론을 내기로 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6월 말까지는 전원회의에 부쳐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처리 시점을 공개 예고한 것은 담합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거액 과징금 처분을 내릴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제재를 내리면 은행들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제재를 내리는 즉시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정재찬 "CD 금리 담합 사건 6월에 상정하겠다"

공정위는 2012년 7월부터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SC 등 시중은행 6곳이 CD 금리를 조작해 대출 금리를 높이는 수법으로 고객들에게서 부당 이득을 얻었다며 조사를 벌여왔다. 오랜 자료 수집을 거쳐 지난 2월 각 은행에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 보고서를 보냈고, 은행들은 반박 논리를 담은 의견서를 최근 공정위에 회신했다. 남은 절차는 전원 회의에 부쳐 최종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6월 중에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제재를 내릴 준비가 끝났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공정위 간부는 "2012년 당시 은행채 등 다른 조달 금리는 떨어졌는데, 은행들이 CD 금리만 변동 없이 높은 수준으로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2년 상반기에 CD 금리는 연 3.54~3.56%로 거의 변동이 없었는데, 이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고 3.64%, 최저 3.25% 사이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좀 더 구체적인 증거에 대해 공정위는 함구하고 있지만, 각 은행 직원끼리 만나 금리 향방을 논의한 정황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위가 제재 방침을 굳힌 이상 과징금을 얼마나 매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과징금 상한선을 '담합과 관련한 매출의 10%'라고 규정한다. CD 금리는 주택 담보대출 등 은행권 주요 대출 상품의 기준금리 역할을 했기 때문에 관련한 매출을 '대출금'으로 보면 엄청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예컨대 2012년 상반기 은행권 주택 담보대출 금액만 3조5360억원에 이른다. 계산 방식이나 담합 기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과징금이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 사례를 봐도 은행의 금리 조작에 대한 벌금은 매우 높다. 2014년 영국 금융감독청은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를 조작했다며 JP모건·바클레이스·UBS 등에 벌금 43억달러(약 5조원)를 부과했다.

◇은행들 "제재하면 불복하고 소송 걸겠다"

금리 조작 의혹은 신뢰가 생명인 은행들로선 치명적 위협이다. 이를 잘 아는 은행들은 공정위의 제재가 내리면 불복하고 곧바로 행정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은행별로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 논리를 마련 중이다.

은행들은 우선 CD 금리를 결정하는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CD 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거래 실적이 많은 증권사 10곳에서 금리 자료를 받아 가장 높은 값과 가장 낮은 값을 뺀 8곳 금리를 평균으로 낸 다음 고시하게 된다. 그래서 은행들은 "우리 마음대로 CD 금리를 결정할 수 없고 평균 금리가 고시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CD 금리가 장기간 변동하지 않았던 현상에 대해서는 CD 발행량이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2009년 말부터 금융 당국이 CD를 예금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CD를 대량으로 발행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하루 평균 5000억원가량이던 CD 거래가 2012년에는 수백억원대로 줄었고, 거래가 아예 없는 날도 있었다. 은행들은 "거래가 없다 보니 증권사에서 전날 사용했던 금리를 그대로 입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유력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은행들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벌써 단단히 벼르고 있다. 대출 고객들을 모아 은행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도 CD 금리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들이 담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감독 소홀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은행의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로 정기예금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서이다. 채권처럼 사고팔 수 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을 해줄 때 CD 금리를 기준금리로 활용해 왔다. 주요 10개 증권사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CD 금리를 매일 두 차례씩 금융투자협회로 보고하면 협회가 이를 평균해 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