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 있는 세계 최대 완구회사 레고(LEGO)가 요즘 SK그룹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그룹 내 비공개 싱크탱크(think tank)인 SK경제경영연구소가 레고 지배구조를 연구하고, 레고 경영 전략에 대한 책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의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부망에 올린 게 알려진 겁니다.

레고는 연 매출 54억달러에 매년 72억개의 완구용 블록을 파는 기업입니다. 지금까지 팔린 블록 중 100억개는 소파 밑에, 30억개는 진공청소기 안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만큼 탁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SK가 레고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런 기업 경쟁력 차원이 아니라 지배구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34년 창립한 레고는 창업자인 키르크 가문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가족 기업입니다. 그런데 2004년 3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이 활력을 잃자 전격적으로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습니다. 그 뒤 잠시 주춤했으나 이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2014년 상반기에는 완구업계 세계 1위였던 마텔을 끌어내리고 최고 자리에 올랐습니다.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라는 책은 이런 전문경영인 시대 레고의 재기(再起)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창업자 2세인 최태원 SK 회장은 1960년생으로 올해 56세입니다. 후계 구도를 고민하긴 이르지만 현재 지분 구조나 이런저런 문제를 고려해 미리 준비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SK는 수년 전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을 연구한 적도 있습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가족 기업을 존경받는 위치로 올린 곳입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가족 기업입니다. 3세까지는 대부분 무리 없이 경영권이 승계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분분합니다. 토론은 활발할수록 좋습니다. 대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경제 비중을 볼 때 이런 논의가 장막 뒤에서 이뤄지기보다는 외부와 활발한 소통 가운데 발전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