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작년 말부터 집 팔아달라는 주문만 쌓입니다. 좀 싸게 팔아도 좋으니까 빨리만 팔아달라는 집주인들도 많습니다."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이모(54) 대표는 "거제 부동산 시장이 지금도 어렵지만,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조선업 경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경남 거제와 울산 동구의 부동산 시장이 혹한기(酷寒期)를 맞고 있다. 이 지역들에선 대형 조선소들이 대규모 감원(減員)을 동반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분양 시장도 얼어붙었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거제시의 주택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0.6% 하락했다. 감정원이 조사하는 경남 지역의 12개 기초 지자체 중 집값 하락 폭이 가장 크다.

분양 시장도 위축됐다. 거제시 아주동에 짓기로 한 6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7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분양률이 10%에 그치자 결국 사업을 접었다. 작년 11월 분양된 B아파트 단지도 청약 접수 결과 267가구 가운데 8%만 분양되는 데 그쳤다. 거제시의 미분양 주택 수는 4월 기준으로 1681가구로 경남 전체 미분양 주택(4221가구)의 40%를 차지한다.

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 임원은 "거제에 분양한 아파트 입주가 2018년에 시작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입주 포기자가 속출하고 대규모 미입주 사태도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등 대형 조선소와 협력 업체들이 몰려 있는 울산 동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 울산 중구, 남구 등 5개 구(區)는 집값이 1.9~6.3%씩 상승했지만, 동구는 유일하게 1% 하락했다. 전세금도 1.1% 하락했다. 거제시와 울산 동구에선 대형 조선소의 협력업체와 연관 업체 근로자들이 주요 수요층이던 원룸·오피스텔 시장은 2~3년 전만 해도 방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호황이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거제시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정도 떨어진 사등면 원룸촌의 경우, 70여 가구의 원룸 중 10% 정도가 비어 있다. 울산 동구의 원룸 밀집 지역인 방어동 지역에서도 원룸의 공실률이 20% 안팎까지 치솟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거제와 울산 동구의 경우 조선업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당분간 주택 가격도 추가적으로 가격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