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주식 시장은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株)' 여파로 장중 내내 들썩였습니다. 전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와 관련이 있다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겁니다.

반기문 테마주로 거론된 성문전자, 재영솔루텍, 지엔코 등 3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가희(26.82%), 보성파워텍(13.96%), 씨씨에스(9.95%), 광림(9.76%) 등도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이 종목들은 왜 '반기문 테마주'라고 불리는 걸까요. 대표 종목인 보성파워텍은 반 총장의 동생 반기호씨가 부회장을 맡고 있어 그나마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반기문 테마주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반 총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성문전자는 회사의 한 임원이 반 총장과 국제회의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씨씨에스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 반기문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재영솔루텍은 반 총장의 방북 추진설이 불거졌을 때 테마주가 됐고, 한창은 대표가 유엔환경계획(UNEP) 상임위원이라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꼽혔습니다. 이 밖에 대표나 임원이 반 총장의 고등학교(충주고) 또는 대학(서울대) 동문이라는 등의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는 점점 늘어나 현재 20개가 넘습니다.

반 총장뿐만 아니라 주요 정치인들에게는 마치 타이틀처럼 테마주들이 따라붙지만, 대부분은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것들입니다. 문제는 이런 정치인 테마주 주가가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행보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한다는 점입니다. 이날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성문전자와 한창도 하루 전엔 각각 19%, 17%씩 폭락했습니다.

근거 없는 기대감이 퍼지고 단타족들이 몰리면서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이 오히려 당황하며 "우리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에 나서는 형국입니다. 금융당국이 감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정치인 테마주 광풍은 우리의 주식 투자문화가 후진적인 정치풍토만큼이나 뒤처져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 같아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