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와 제조업을 버린 나라는 시대의 버림을 받는다."

우리나라 공학 교육계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산업 기술 역량 강화를 통한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기준 전(前) 서울대 총장, 정무영 울산과학기술원 총장,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 이면우 울산과학기술원 석좌교수,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 등은 2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갖고 "지금 한국 경제의 위기는 곧 제조업의 위기"라며 "다시금 공학 교육의 현장에서부터 해법을 찾는 산업 경쟁력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공학 교육계의 리더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한국 경제의 위기는 제조업의 위기”라며“공대와 제조업을 버린 나라는 시대의 버림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김찬 디지틀조선일보 대표,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 이면우 울산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 정무영 울산과학기술원 총장.

이들은 지난 1992년 한국 공대 교육의 문제점을 제기한 조선일보의 '기술민족주의' 기획 보도로 인연을 맺었다. 이기준 전 총장은 "당시 서울 공대의 학문적 역량이나 연구 환경이 미국·일본보다 크게 뒤떨어져 미래 제조업을 이끌어 갈 역량이 부족하다는 매서운 비판이 있었다"면서 "이후 공학 교육 혁신을 위한 국가적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 공대에는 사회 각계에서 1000억원대 지원이 답지했다. 이 돈은 서울 공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대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쓰였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지금 한국의 공대 교육과 제조업 경쟁력은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강천석 고문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1990년대 초반 일본과 비슷하다"고 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미국과 독일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산업 발전에 전념했지만, 그 목표에 이르자 추격할 대상을 잃고 방황하다 퇴보했다는 것이다. 강 고문은 "일본은 탄탄한 자본과 과학기술력 덕분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왔지만, 한국에도 그런 저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공학 교육과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국가적 문제의식을 재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면우 교수는 대안으로 대학과 기업, 국가가 함께 펼쳐갈 3단계 '제조업 경쟁력 고도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대학은 미래 신기술을 잉태해 세상에 내놓는 '발사대' 역할을 해야 하며, 기업은 이 기술로 현재의 제품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미래 신산업을 개발하는 '쌍끌이'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건우 학장은 이에 대해 "한국 제조업을 미래로 이끌 서울 공대의 개혁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무영 총장은 "한국 경제는 수출 없이 버틸 수 없는 구조"라며 "평소 '수출형 연구'를 강조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