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선택과 집중’ 전략 하에 미래 산업 육성 분야와 추진 부처를 단순화하고, 산업 현장과 괴리된 세제 지원을 개편하는 등 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SK이노베이션 대덕 글로벌테크놀로지를 방문한 최태원 SK회장(왼쪽).

전경련은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규모가 세계 1위”라며 “지금 상황에 R&D 예산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전경련은 우리나라가 예산 대비 다수의 분야를 육성하다보니 1개 분야별 연간 예산이 평균 500억원에 불과해 경쟁국 대비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은 핵심 산업을 추려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신소재 등 10대 핵심산업에 향후 10년간 8조위안(14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독일은 지능형 이동수단 등 6개 분야를 육성하기로 발표하고 매년 140억유로(19조원)를 투입하고 있다. 일본도 5년간 26조엔(280조원)을 투입해 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육성할 계획이다.

정책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미래기술 개발에 앞장서는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있으며, 일본은 기업실증 특례제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한국, IBM, 중국의 사물인터넷 투자 금액(1년 기준).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정된 예산 대비 육성 분야가 많은 상태다. 19대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IoT)에는 8329억원(6년 기준)이 투자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 IBM이 IoT에 투자하는 예산(3조6000억원)보다도 적다.

전경련은 산업분야별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스마트 자동차의 경우 교통 인프라, 센서, 빅데이터, 기계 등이 요구되는 융복합산업이다 보니 미래부, 국토부, 산업부 등 3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지만, 주관부처를 아직 선정하지 못해 개별예산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경련은 “여러 기술을 융합하고 연계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중첩된 연구개발이 이뤄질 우려가 많다”며 “최고 기술국인 미국은 스마트 자동차 분야를 한 개 부처에서 총괄하고 있다”고 했다.

전경련은 R&D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전경련은 “조세특례제한법이 규정한 신성장동력에서 19대 미래성장동력 중 4개 분야가 제외돼 있다”며 “법에서 규정한 신성장동력의 기술적 정의가 모호해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육성하려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 중국, 독일, 일본, 미국 등 경쟁 국가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한정된 예산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육성분야를 좀 더 단순화하고, 분야별 주무부처 컨트롤 아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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