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이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뻐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제 작품에 감정적으로 몰입한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피양핏 쌋싸씨, 필명 비크몬·태국 작가)

“지난해 코미코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제 꿈을 이뤘습니다. 열정과 재능만 있으면 얼마든지 웹툰 작가가 될수 있어요.” (왕첸첸, 필명 샐리·대만 작가)

“코미코와 일할 때 좋은 점은 콘셉트(Concept)나 스토리 구조,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창작에 관한 모든 권한을 작가에게 일임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신화, 필명 카브·한국 작가)

“제 작품이 대만까지 진출해 SNS로 대만 독자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무척 기뻤어요. 공감대를 얻었다는 방증이니까요.” (나카무라 이즈키, 필명 구치나시·일본 작가)

5월 26일 태국 방콕 센트라 월드 회의실. NHN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웹툰 서비스 ‘코미코’에서 활동 중인 4명의 웹툰 작가를 만났다. 이들은 태국, 대만, 한국, 일본의 인기 웹툰 작가들로 코미코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들을 얘기했다.

한국, 태국, 대만, 일본 4개국에서 활동 중인 김신화(이하 필명 카브), 피양핏 쌋싸씨(비크몬), 왕첸첸(샐리), 나카무라 이즈키(구치나시) 등 ‘코미코’ 웹툰 작가들이 26일 태국 방콕 센트라 월드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보편적 정서와 현지 정서 조율 잘해야"

4개국에서 모인 웹툰 작가들은 코미코가 글로벌 웹툰 서비스이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 때 고민이 되는 부분은 현지 정서와 보편적 정서의 조율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코미코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는 아시아라는 공통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교, 불교, 효 등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보편적 정서가 존재한다. 그러면서 역사와 문화적 환경이 달라 현지 정서에 차이가 있다.

태국 작가인 비크몬은 “코미코의 독자가 글로벌하기 때문에 보편적 정서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현지 정서를 제대로 담지 못하면 고유한 색깔이 없어 해외에서 밋밋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면서 “현지 정서와 보편적 정서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작가인 구치나시는 “자신의 작품이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지 평가받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며 “현지 정서든 보편적 정서든 결국 공감을 줄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대만 작가인 샐리는 “현지에서는 아무래도 현지 정서가 강한 작품이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다”며 “작품을 쓸 때 현지용인지 글로벌용인지를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5개국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는 웹툰은 현지 작가가 쓴 작품들이다. 다른 나라 작가가 쓴 웹툰이 1위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지 정서를 잘 반영한 작품들이 인기 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지 웹툰 작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제 갓 진출한 태국 웹툰 시장의 안착을 위해 올해내 현지 작가를 1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종이 만화 쇠퇴…이제는 웹툰 만화 시대”

웹툰은 스마트폰이나 PC 웹을 통해 만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로 만들어진 만화책과는 특성이 다르다. 웹툰은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고 대부분 무료다.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웹툰 시장이 급성장했다.

반면 종이 만화는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태국 작가 비크몬은 “태국 현지 만화 출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미코의 등장에 경각심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켜면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웹툰의 최대 장점이다"고 말했다. 대만 작가인 샐리는 “장년층들은 추억 때문에 종이 만화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청소년 층은 웹툰을 더 많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일본 작가인 구치나시는 “출판이 필요한 종이 만화는 등단이 까다로워 출품 기회가 잘 오지 않지만, 웹툰은 별도의 출판 비용이 안 들기 때문에 큰 돈 없이도 만화를 그릴 수 있어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웹툰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종이 만화에 비해 확산 속도가 빠르다. 한국에서 올린 웹툰이 태국과 대만 등 해외에서 바로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웹툰 시장의 국가간 장벽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한국의 김신화 작가는 “아무래도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으려 하게 된다”며 “보편적인 정서를 토대로 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코미코, 웹툰 작가 등용문

대만 작가 샐리가 쓴 웹툰 ‘같이 탈까요, 지하철?’(왼쪽)과 일본 작가 구치나시가 쓴 웹툰 ‘뒷골목에서 사는 법’

코미코는 능력 있는 신인 작가들에 등단의 기회를 제공한다. 코미코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웹툰 공모전”을 개최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코미코 웹툰 투고를 통해서도 신인 작가를 등단시키고 있다. 공모전 입상자에게는 웹툰을 연재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코미코 웹툰 투고 등단 330여 명, 공모전 신인 작가 60여명 등 400여명의 웹툰작가가 코미코를 통해 등단했다.

일본의 구치나시 작가와 대만의 샐리 작가도 코미코를 통해 웹툰 작가로 등단한 케이스다. 두 사람은 지난해 코미코 공모전을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구치나시 작가가 쓴 ‘뒷골목에서 사는 법’이 일본, 대만, 태국, 중국에서 연재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고, 샐리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인 ‘같이 탈까요, 지하철?’을 통해 대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치나시는 “코미코를 통해 만화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웹툰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열정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 만화 작가 등단의 기회가 보다 많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샐리 작가는 “인쇄가 필요한 종이 만화는 돈이 많이 들어, 신인 작가들의 진입이 어려웠다”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웹툰은 실력만 있으면 신인 작가들에게는 좋은 등단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