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에너지 신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기존의 송전·변전·배전 등 전력 공급·운영 사업 중심에서 스마트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에너지 저장장치,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활동 무대도 넓히고 있다. 국내 사업만으로는 에너지 신산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전이 한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공기업이라는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에너지 선도기업'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한국전력 주도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주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 한국형 원전 수출 1호인 이 발전소는 내년 5월 1호기 완공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4기가 들어선다.

◇해외 매출 비중 20%로 확대

한전은 세계 21개국에서 36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까지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20%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외 사업 가운데 두드러지는 분야는 발전소 건설·운영이다. 한전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1호기 건설의 주요 공정으로 상온 수압시험을 마무리했다. 원전 설비의 시공결과와 시운전 능력을 확인하는 핵심 공정이다. 첫 해외 원전 수출인 UAE 원전 사업은 2009년 12월 수주한 이래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1호기 준공까지 8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2020년까지 원전 4기가 모두 준공되면 UAE 발전 용량의 20%를 차지한다.

필리핀에서는 4위 민자 발전사업자로 도약했다. 일리한 발전사업(1200㎿)과 세부 발전사업(20㎿)을 통해 필리핀 총 발전설비의 13.4%에 해당하는 1400㎿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5대 전력 그룹 가운데 하나인 중국다탕그룹과 합작으로 네이멍구(內蒙古)에서 운영하는 풍력 사업(919㎿)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송·배전 분야도 해외 사업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송·배전 손실률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한전의 송전 분야 첫 해외 진출국은 미얀마였다. 2001년 10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현지 전력망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미얀마 전력망 진단·개발 조사 사업'을 현지 정부에 제시하고 이 분야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한전은 캄보디아·방글라데시를 포함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나까지 진출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 역량 집중

한전은 에너지 신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사업화해 국내 기업과 함께 해외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의 경우, 수출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섬 지역 등 전력계통과 연계되지 않은 고립 지역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설비와 ESS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 저장, 공급할 수 있는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을 말한다. 국제 시장조사 기관 파이크 리서치에 따르면, 마이크로그리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0년 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지난해 8월 캐나다 파워스트림사와 130억원 규모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수출 계약을, 7월엔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마이크로그리드망을 구축 중이다. 10월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와 마이크로그리드를 포함한 에너지 신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주정부와 에너지 신산업 협약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다.

한전은 자회사인 남동발전과 4억3200만달러를 들여 미국 풍력발전소 3곳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바하마에 본사를 둔 에너지 회사가 미국 본토에서 가동 중인 풍력발전소 3곳에 대해 시행한 매각 입찰에 참여, 올 1월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전은 총 인수 대금 4억3200만달러 중 70%인 3억2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나머지 금액은 남동발전이 10%, 국내 기관투자자가 20%씩을 나눠 낼 예정이다. 한전이 인수 추진 중인 풍력발전소 3곳은 캘리포니아주에 두 곳, 뉴햄프셔주에 한 곳 등 총 399㎿에 달한다. 이 발전소들은 현재 지역 전력 회사와 20~23년의 전력 판매 계약이 체결돼 있어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인수 배경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국가적 과제인 에너지 신산업을 추진하는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미국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단 가동 중인 풍력발전소를 운영해본 뒤 향후 건설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