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모를 모시고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사는 학원 강사 김태구(가명·33)씨. 집안 경제를 책임진 실질적인 가장이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5년 넘게 학원에서 일한 덕에 경력이 쌓이면서 최근 월급이 430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1700만원)과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1630만원)을 갚느라 매달 130여만원이 빠져나가고, 가족 생활비로 200만원을 보태주면 남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

결혼 준비 자금을 모아야 하는 김씨로선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게 급선무였다. 신용등급 6등급인 김씨는 지난해 9월 금리가 연 22% 정도인 저축은행 대출을 상환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다가 P2P(개인 대 개인) 대출을 알게 됐다. 혹시나 하고 신청한 결과, 연 10.8%의 금리로 2000만원을 빌리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P2P 대출 덕에 월 이자 부담을 20만원 정도 낮췄다.

◇P2P 대출, 10명 중 8명은 중신용자

P2P는 돈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을 빌려주는 핀테크 대출 기법이다. P2P 업체는 투자 원금 손실(연체)을 내지 않기 위해, 대출자에 대한 신용평가를 매우 까다롭게 한다. 대출 승인율이 일반 금융권보다 훨씬 낮은 5% 내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신용자를 타깃으로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며 등장한 P2P 업체가 고신용자들의 추가 자금 조달 창구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3일 업계 점유율 1위(19.6%)인 '8퍼센트'에 따르면, 2014년 1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약 1년6개월간 8퍼센트로부터 대출받은 사람 10명 중 8명(81.5%)은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신용자였다. 총 대출자는 1253명으로 대출 승인율은 5.12%였다. 1~10등급 중 대출자 비중이 가장 높은 등급은 5등급(26.5%)과 6등급(26.2%)이었다. 이어 4등급(17.2%), 7등급(11.6%), 3등급(10.2%) 순이었다.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 비중은 18.4%에 그쳤다. 8등급 이하 저신용자 중에는 주택담보대출 1건을 제외하고 돈을 빌린 사람은 없었다. 8퍼센트 이효진 대표는 "P2P 대출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신속히 돈을 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고신용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최대 고객은 단연 중신용자들"이라고 말했다.

◇소득 꾸준한 프리랜서도 P2P 대출 가능

P2P 대출자를 근로 유형으로 분류할 때, 가장 많은 유형은 정규직 근로소득자(55.7%)였다. 자영업자가 25.4%로 뒤를 이었다. 특이한 점은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등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꾸준한 소득을 보이는 '프리랜서' 비중이 5.3%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는 소득 수준이 괜찮은 편이라도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금융권에서는 중·저금리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P2P 업체는 이자를 갚을 만한 꾸준한 현금 흐름이 보일 경우, 프리랜서라 해도 중금리를 적용해준다. 8퍼센트 관계자는 "연체, 개인회생, 신용회복, 파산 이력이 없는 신용등급 1~7등급은 누구나 대출 대상이 된다"며 "근로소득자는 3개월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고, 소득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출자의 평균 나이는 34.8세로, 대부분이 30~40대(전체의 78%)였다. 50대는 4.5%, 60대 이상은 0.4%에 불과해 P2P 대출이 아직 전 연령대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출자 10명 중 8명은 남자(81.5%)로, 남초(男超) 현상이 뚜렷했다. 평균 대출 금액은 1827만원, 평균 금리는 연 9.37%, 평균 상환 기간은 21.8개월이었다. 8퍼센트 관계자는 "30대 남성은 결혼, 사업 등 다양한 용도로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남성들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용이 빠르지만, 여성은 다소 보수적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