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미국 구글은 '문어발 혁신'으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인터넷 검색 기술에서 시작해 스마트폰 기술,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을 거쳐 초고속 통신, 스마트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손을 안 뻗친 곳이 없습니다.

이러한 구글의 혁신 성과를 매년 집약해 보여주는 자리가 '구글 개발자대회'입니다. 올해도 지난 18일부터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엔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스마트 홈 기능을 내장한 스피커 '구글 홈', 모바일 메신저 '알로'와 화상통화 서비스 '듀오' 등이 발표됐습니다. 또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엔', 가상현실(VR) 기기 '데이드림' 등이 소개됐고, 조립형 스마트폰 '아라', 스마트 옷감 '프로젝트 자카르', 구글 자율주행차 등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 내용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엔 "'뭔가 새로운 것'이 별로 없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안드로이드 엔'과 '아라', '프로젝트 자카르' 등은 모두 지난해 구글 개발자대회에서 발표했던 것들입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애플의 시리(Sir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를 닮았고, '구글 홈'은 아마존의 '에코'라는 제품과 비슷합니다. 모바일 메신저 '알로'는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 '카카오톡'을, '듀오'는 애플의 '페이스타임'을 연상시킵니다.

올해 구글 개발자 대회에 참석했던 한 IT업체 임원은 "구글은 혁신으로 다른 IT기업들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리더' 같은 존재였는데, 이번에 보니 '경쟁자'로 변했더라"며 "구글의 지치지 않는 '혁신력'도 한계에 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구글은 지금까지 '혁신 기업'이라는 이름값 하나로 특별 대우를 받아왔습니다. 구글은 세계 각국에서 시장 독점과 조세 회피 논란에 휘말렸고 중소 IT기업들에 지나치게 많은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EU 외에선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구글의 혁신이 중단된다면 이런 특별 대우가 금세 특혜 시비로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