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지난 3월 이후 보인 상승세가 꺾인 채 다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고용과 물가 상황이 호전되면서 오는 6월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산출하는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18일(이하 현지 시각) 이후 30%대까지 치솟았다.

특히 신흥국 증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20일 850선까지 올랐던 MSCI신흥시장지수는 한 달 만에 약 8% 떨어진 780선에 그치고 있다. 연초 이후 상승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중순 3080포인트를 넘어섰던 중국 상하이지수는 20일 2825.48까지 떨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위축되면서 신흥국 증시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덜어냈다"고 전했다.

코스피지수 상황도 마찬가지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05% 상승한 1947.67에 마감했다. 저가 매수에 나선 기관 투자자들이 열흘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상승 폭은 미미했다.

지난달 29일 코스피 2000선을 내준 이후 1940선까지 미끄러진 데는 기관 투자자들의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LG화학, 삼성물산 등 대형주들을 많이 팔았다. 특히 6월 미국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고 중국 경기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이달 들어 단 이틀(5월 10일, 20일)만 제외하고 매일 순매도에 나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신흥국 증시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6월 미국 기준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국내 증시에는 중국발(發) 악재도 대기 중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주식인 중국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이 이달 말 MSCI신흥시장지수에 추가로 편입된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ADR이 추가 편입되면 당일에만 국내 증시에서 6000억~7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단기 수요·공급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는 현재 신흥국 증시가 6월의 대외 불확실성을 이미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바닥을 딛고 반등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0달러대에 근접한 유가 덕에 미국은 물론 신흥국의 경기 개선세도 2~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