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권단 조건부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은 지난 18일 컨테이너 선주(船主)들과의 용선료(선박을 빌리고 선주에게 지급하는 비용) 인하 협상에 실패한 데 이어 19일에는 벌크선(곡물·광물 등을 운반하는 일반 화물선) 선주들과 열 예정이었던 화상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회생에 필수적인 용선료 인하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현재 현대상선의 연간 용선료는 9758억원이며 이 가운데 약 70%가 컨테이너선, 나머지가 벌크선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의 요구로 화상 회의가 취소된 것으로 안다"며 "비중이 큰 5개 컨테이너 선주와의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크선 선주와의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아무리 늦어도 오는 24일까지는 용선료 협상을 끝내야 한다. 이날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 타결을 전제로 7000억원의 채권을 출자 전환하는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일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선주들에게 용선료도 지불하지 못한다. 결국 빌린 배를 해외 선주들에게 돌려주고, 빚을 갚기 위해 소유 선박도 매각해야 한다. 해운동맹(선박·노선을 공유하는 해운사 연합체) 가입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법정관리는 사실상 파산 선고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358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오는 9월까지 4개월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세 가지 가운데 해운동맹 가입과 회사채 채무 조정은 일단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는 한진해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은 최근 캐나다 선주인 '시스팬'에 용선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