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실사 뒤 자금 지원 규모 확정할 듯

삼성중공업(010140)이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에 2조3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등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예상된다며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다만 채권단은 유동성 부족 자금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자금 지원 요청을 반려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주 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재무구조 개선 자구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채권단 주도로 삼성중공업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그 이후 산업은행은 채권단회의를 열어 삼성중공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금융권 총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은 산업은행이 1조원, 수출입은행이 4조3000억원 가량이다. 또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이 1조원 이상을 보유 중이다.

◆ “삼성중공업이 먼저 채권단에 자금 요청”

삼성중공업이 오일메이저 로열더치쉘로부터 수주한 LNG-FPSO 조감도.

당초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정상기업’인 삼성중공업에 자구계획안을 요청한 이유는 삼성중공업이 먼저 자금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후 채권단이 자구안 제출을 요구했고, 삼성중공업이 이에 응하기로 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자구안 제출을 요구한 것은 삼성중공업이 먼저 자금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채권단은 자금 지원 전 자구안과 정확한 실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채권단에 요청한 자금은 2조3000억원 가량이다. 세계 경기 침체로 조선업 수주 가뭄이 시작된 지난 해부터 삼성중공업의 유동성 부족이 극심해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심지어 올 이후로는 한척도 수주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에는 47억달러 규모의 호주 브라우즈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사업을 발주처의 요구로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그 결과 매출 기준 수주 잔고는 16조5000억원으로 급감했고 현재 1년 6개월치 일감만 남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수주가 막히면서 현금 흐름에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중공업은 부실의 진원지로 평가받는 해양플랜트도 아직 공정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 추가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삼성중공업의 사업 구조가 편중돼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사에 비해 조선해양부문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삼성중공업의 LNG선, 드릴쉽 등 조선해양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중 99.5%를 차지한다. 나머지 사업 분야인 토목·건축 분야는 0.5%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채권단이 삼성중공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며 “하지만 여러차례 확인한 결과 그룹 차원의 지원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삼성중공업이라고 낙관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부채비율은 양호한 편…채권단 “체질개선 주문할 것”

조선DB

삼성중공업의 재무상태는 현재 당장 위험하지는 않다.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중공업이 올해 252%의 부채비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7000%를 넘은 것에 비해 볼 때 양호한 편이다.

자금 상환 일정도 빠듯하지는 않다. 내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6000억원 가량이다.

이 같은 점을 볼 때 삼성중공업이 2조3000억원이나 요청한 것은 향후 수주 상황을 최악으로 설정했을 때를 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처럼 위기가 당장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실이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주문하는 것은 전반적 ‘체질개선’이다. 해양플랜트, 초대형 선박 건조 등 위험부담이 큰 사업을 점차 축소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초대형 선박 등의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이 중소 조선사와의 협업 또는 합병을 통해 리스크를 분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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