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이 이번주 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재무 상태가 당초 예상보다 위험 수준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만나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니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혹시 몰라도) 삼성중공업은 이 상태 그대로 내년까지 방치되면 유동성 위기에 몰릴 것”이라며 “국내 1위 삼성그룹이라는 위상이 있긴 하지만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이 낮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불리한 편이라 조선업체로 계속 존속이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이 관계자는 또 “물론 당장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이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수주잔고 가장 적고 ‘부실 진원지’ 해양플랜트 한창 진행中

삼성중공업이 예상보다는 위태롭다는 진단이 내려진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지 않은데다 수주 잔고가 ‘빅3’ 중 가장 적다. 어느 정도로 추가 부실이 나올지 모르는 해양플랜트가 아직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유,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비중이 30%대에 그치지만 삼성중공업은 주력이 조선업 뿐이고, 조선업황이 나빠짐에 따라 나타나는 악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면서 “게다가 현재는 모기업(삼성전자·17.62% 지분 보유)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돼 있지만 여러 루트로 확인한 결과 삼성그룹이 유동성 지원을 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 잔고가 급감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47억달러 규모의 호주 브라우즈(Browse)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프로젝트가 취소된 것이 뼈 아픈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의 매출 기준 수주 잔고는 16조5000억원으로 급감했다. 1년 6개월치 일감만 남은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예상 수주액을 70억달러로 잡고 있는데, 설령 70억달러를 수주한다고 해도 연말에는 수주 잔고가 1년 4개월치만 남게 된다. 2018년 도중이면 일감이 아예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해양플랜트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주 잔고 고갈은 조선업 공통의 문제지만 삼성중공업은 해양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타사대비 문제가 복잡하다”면서 “선수금 감소로 순차입금이 1조원 늘어남에 따라 올해는 유동성 관리 등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현재 재무상태는 양호한 편…금융당국 “선제적 대응 차원”

현재 삼성중공업의 부채 상태는 나쁘지 않다. 신한금투는 삼성중공업이 올해말쯤 252%의 부채비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진행된 거제조선소 부지에 대한 자산재평가 덕분이다. 자산재평가로 인해 자본이 약 8703억원 증가했다.

현금 상태도 양호하다. 작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9834억원, 단기금융상품이 1조1539억원가량이다. 이는 2014년말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이는 차입 영향이 컸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한해 1조6342억원을 신규 차입했다. 당장 늘어난 유동성이 영업보다는 차입 때문이었던 것이다.

자금 상환 일정도 무난한 편이다. 내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약 6000억원가량으로 3사 중 가장 적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위험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는 A등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주 절벽이 지속되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 경우 회사채 차환 발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미리 대비할 시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엔 인원 1500여명 감축, 거제삼성호텔 등 부동산 매각, 이미 블록딜로 처분한 두산엔진을 포함해 약 500억원 규모의 주식 매각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한 만큼, 실제 제출되는 자구안은 이보다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