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관광 온 외국인이 갑자기 말을 걸어와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사이에 놓고 우리말로 이야기하면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 알아서 통역을 해준다. 영어·중국어·일본어뿐 아니라 러시아어·스페인어·독어·불어 등 7개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3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7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통·번역 서비스 제공 등을 골자로 한 'K-ICT(정보통신기술) 평창 동계올림픽 실현 전략'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상 언어는 동계올림픽 출전국이 주로 사용하는 7개 국어다. 통·번역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기만 하면 된다. 외국인이 앱을 실행한 뒤 자국어로 말하면 한국어로,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어로 말하면 해당 외국인의 자국어로 통역해 준다.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된 인공지능(AI)이 통역을 해주는 것이다.

통·번역 서비스는 인공지능이 방대한 언어 자료를 스스로 학습해 좀 더 정교한 음성인식을 한다는 점에서 이전 통·번역기와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사투리 표현들까지 학습 중인 만큼 더 정교한 통역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발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맡고 있다. 연구원의 김상훈 자동통역연구실 실장은 "과거에는 한 언어에서 10만개 단어 정도만 소화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이 스스로의 학습을 통해 100만개 단어를 습득하고 수십억 개의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TRI는 현재 개발 중인 AI가 여행용 대화뿐 아니라 강연·회의까지도 자유롭게 통·번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본적인 통역 능력을 갖춘 영어·중국어·일본어는 계속 학습량을 늘리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스페인어와 불어, 내년에는 독일어와 러시아어도 공부할 계획이다. ETRI는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에도 한국어와 영어·중국어·일본어 간 통역 서비스인 '지니톡' 앱을 운영했었다. ETRI 관계자는 "2018년에는 사투리와 지역 고유 명칭까지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인공지능 개발이 한창이다. 지난 1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한 로봇 나오미가 국내 첫인사를 했다. 나오미는 마이클 잭슨의 팝송에 맞춰 춤을 추고 인간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IBM의 제이슨 레오널드 전무가 "한국 친구들에게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나오미는 "모두 반갑습니다"고 영어로 답한 뒤 다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하며 허리를 숙였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 기상캐스터 '샤오빙(小氷)'을 공개했다. 중국의 한 TV 뉴스에 나온 샤오빙은 "오늘은 스모그가 심하니 외부 약속을 잡지 마세요"라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샤오빙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상 상황 파악과 날씨 예측이 가능하고 사람과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