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방부의 연구개발(R&D) 예산도 다른 일반 R&D 예산처럼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이하 국과심)의 심의를 받게 된다. 국과심은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정부 부처 장관 14명과 민간 과학기술 전문 인력이 참여하는 국가 과학기술 분야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국방 R&D 예산을 국과심 심의에 올리는 것은 국방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방위사업청은 12일 국방부의 R&D 예산을 다른 R&D 예산처럼 국과심의 심의를 받게 하는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은 올해 시범적으로 심의를 받기로 했고 내년부턴 정식 심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국방 R&D 예산 중 얼마만큼을 적용할지를 놓고 부처 간에 의견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모든 R&D 예산은 국과심에서 심의된 뒤 기획재정부를 거쳐 국회로 보내진다. 그러나 국방 R&D 예산은 국과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재부로 간 뒤 국회로 보내지고 있다. 2008년 이전에는 과학 부총리 산하 기구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국방 R&D를 심의했지만 2008년 이 기구가 해체되면서 전문가에 의한 국방 R&D 예산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군과 민간 R&D 사업이 중복되거나 두 사업의 융·복합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군 R&D를 함께 심의해 효율성을 높이고 국방 R&D 예산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2016년 기준으로 국방 예산은 38조7995억원으로 이 중 6.7%인 2조5980억원이 R&D 예산이다.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728억원), 한국형 전투기(KF-X·670억원), 120㎜ 자주 박격포(96억) 등 무기 체계 개발 비용도 모두 여기에 들어가 있다. 미사일용 항법 장치, 영상 레이다 등의 '핵심 기술' 개발과 소재 개발 등 기초 연구 개발 비용도 책정돼 있다.

다만 고도의 보안성이 필요한 핵심 전략 무기 체계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위원들에게 전략 무기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어 일부 전략 비밀 무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