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0일 256기가바이트(GB)의 대용량 마이크로 SD카드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끼워넣는 손톱 크기의 저장 장치로, 삼성의 기존 최고용량(128GB) 제품보다 저장 공간이 2배나 크다. 고화질 영화 47편이 들어간다.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영상을 촬영하고 감상하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대용량 저장 장치를 선보인 것이다.

스마트폰 경쟁이 반도체·센서·디스플레이 등을 만드는 부품 기업의 기술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강력한 성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면서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 기업들의 '물밑 전쟁'이 뜨거워진 것이다.

반도체, 더 작고 더 빠르게

삼성전자가 이날 선보인 신제품은 회로를 수직 48층으로 쌓아올리는 입체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유지되는 메모리 반도체) 신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회로를 평면에 촘촘하게 배열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더 큰 용량의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주차장을 넓히는 대신 주차 빌딩을 올려 더 많은 차를 수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입체 낸드플래시 기술을 적용한 마이크로 SD카드는 이 제품이 세계 최초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256GB 제품을 만든 곳도 있지만 모두 평면 방식의 기술을 사용한다. 용량이 같더라도 입체 방식 기술을 활용하면 소비전력이 줄고 작동 속도는 더 빨라진다는 것.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김언수 전무는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는 스마트폰 시장 흐름에 맞춰 최고 경쟁력을 갖춘 메모리카드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의 3분의 1로 줄어든 SK하이닉스의 반격 카드도 스마트폰 부품이다. 회로 선폭(線幅)을 2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초반까지 좁히는 D램 신기술을 2분기부터 스마트폰용 반도체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D램 신기술을 적용해 대용량의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용 D램은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 필수여서 PC용 D램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

센서, 디스플레이도 경쟁 치열

스마트폰용 지문 인식 센서도 부품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간편결제 등이 확산되면서 금융 정보처럼 민감한 정보들이 스마트폰에 저장되고 있다. 이 정보를 지키기 위한 대표적 보안 기능이 지문 인식이다.

LG이노텍은 지난 1일 스마트폰 강화 유리 밑에 설치해도 작동하는 지문 인식 모듈을 개발했다. 화면 아래쪽에 센서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더 매끈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센서가 설치된 지점의 유리에 손가락을 대면 잠금이 풀린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유리가 센서를 덮는 구조이기 때문에 물이나 오염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회사 퀄컴은 작년 초음파를 사용한 지문 인식 기술을 공개했다. 지문 모양만 평면적으로 인식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초음파로 손가락의 미세한 땀구멍까지 인식해 보안 성능을 높인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확대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OLED 패널은 화면이 스스로 빛을 내 화질이 선명하다. 별도 광원(光源)이 필요 없어 화면을 얇게 만들고 구부리기도 좋다. 하지만 생산 비용이 비싸 현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 등 일부 제품에만 탑재된다.

시장 확대의 계기는 애플의 OLED 패널 채택이다. 애플은 이르면 올해 신제품부터 OLED를 사용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중위권 제조사들도 OLED를 채택하면서 시장의 중심이 LCD(액정디스플레이)에서 OLED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 김병기 애널리스트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나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도 OLED에 뛰어들 것"이라며 "2020년까지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이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