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和)의 인격형 리더가 될 것인가 화(禍)의 공포형 리더가 될 것인가"
"나쁜 리더 단기 반짝 부양 효과는 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부정적"

복종을 강요하는 화(禍)의 공포형 리더는 빨리 높이 갈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혼자가 된다

지난번 ‘당신은 협박하는 리더인가, 협치하는 리더인가’에 대한 독자 반응이 뜨거웠다. 독자들의 SNS댓글 중에 “협치가 좋은 줄은 아는데 협박형 리더가 왜 더 잘나가는가”라는 질문도 빗발쳤다.

이 질문은 리더십 교육을 가서도 많이 듣는다. “‘착한 리더는 잘 되고, 악랄한 리더는 망하더라’는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현실에선 적용되지 않으니 고민이다. 이론이 이야기하는 ‘인격적 상사’ 참 좋다. 그렇지만 당장 현장은 급하다. ‘성과가 인격’인 조직에서 주먹은 가깝고 인격은 멀다.” 고 입을 모은다.

◆ 숫자가 성과인 조직, ‘칼’을 든 리더 여전히 막강해

세상살이 갈등은 정답을 몰라서 생기는 게 아니다. 정답대로 사니 손해를 보더라,는 게 문제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지금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막말 지존이다. 예전 TV 프로그램에서 “넌 해고야(you're fired)"를 외치며 힘없는 도제의 이름표를 떼던 그 독설 캐릭터 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론이 청정 무균실이라면 현장은 세균이 득실거리는 곳. 적용은 다를 수밖에 없는 걸까.

이론적으로 카리스마의 시대는 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칼있수마’로 예전보다 ‘칼’의 힘이 더 위세를 부린다고들 한다. 명줄보다 더 무서운 게 밥줄이라고, 생존 경쟁이 냉혹하다면 생계 경쟁은 비루하다. 그러기에 리더들은 “숫자가 성과인 조직에서 우선 나부터 살아 남아야겠다”란 생계형 구호를 외치며 ’칼있수마 리더‘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 화(和)의 인격형 리더가 아닌 화(禍)의 공포형 리더가 이긴다는 통설

지휘봉으로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화(和)의 인격형 리더가 될 것인가, 상처를 줄 망정 칼로 복종을 강요하는 화(禍)의 공포형 리더가 될 것인가. 한자 자원을 살펴보자. 화목할 화(和)는 피리 약(龠) 과 입 구(口)가 합쳐진 글자다. 하모니를 이뤄 악기 연주를 하는 모습이다.

화(禍)는 제사를 지낼 때(示) 점을 친 결과가 새겨져 있는 뼈조각(冎)의 모습이다. 여기에서 재앙의 뜻이 비롯됐다. 조화의 화(和)든, 재앙의 화(禍)든 입 구(口)가 들어간다는 점이 시사적이다. 결국 말이 씨가 된다는 시사점이 담겨있는 듯하다.

화(禍)와 화(和)의 리더십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각각 살펴보자. 바티아 비젠펠트(Batia M. Wiesenfeld)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왜 좋은 상사는 뒤로 밀리는가’(Why fair bosses fall behind?)를 통해 “인격형 리더들이 존경을 더 받지만 권력욕이 강한 리더에게 밀린다. 이들은 자원 동원, 보상과 처벌의 활용 등에서 유약해 보이기 때문에 경쟁에서는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목할 사항은 하향 평가에서뿐 아니라 상향 평가, 즉 구성원들도 ‘칼을 든 리더’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독설캐릭터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연구진은 다음의 실험을 해보았다. 보상 관련 사항을 전달하면서 매니저 A는 무례하게, B는 정중하게 전달했다. 사람들은 이 두 유형 중에서 어떤 타입을 자신의 상사로 선택할까. 놀랍게도 무례한 A를 더 많이 선택하더란 것.

‘막말로 무례하게’ 구는 것을 뭔가(의사결정력, 자원동원능력) 있어 보인다는 것으로 착각하는 ‘인지 오류’가 작용해서이다. 찰리스 허스트(Charlice Hurst) 온타리오 대학 경영대학 교수진은 ‘고분고분 호감형은 버럭 분노형보다 연봉 18퍼센트, 평균 9700달러를 덜 받는다’란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12).

큰 목소리가 이긴다는 통설의 반영이다

◆ 나쁜 리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나게 돼 있다.

과연 통설대로 화(禍)의 리더가 정말 성과를 내는가. 이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단기 반짝 부양 효과는 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부정적이다. 이들이 화(禍)를 가져오는 이유는 남에게 막말을 퍼부어서만은 아니다. 독설은 오만, 독단과 일란성 쌍둥이다. ‘자신은 예외’라는 오만함, 자신만이 잘나고 옳다는 독단성으로 인한 의사결정의 오류로 결정적 해악을 끼는 경우가 많다.

애덤 그랜트(Adam Grant)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행복한 직원들이 더 직장에 근속할 뿐 아니라 동료 간 협력도 잘하고, 고객서비스도 잘한다. 총체적으로 신뢰와 상호협력의 리더십 모델은 창조적 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은 서로 돕고, 보다 더 생산적이 된다. 당연히 조직의 성과가 올라가고 상사도 좋은 평가를 받아 선순환의 고리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두 가지 상반된 연구지만 시사점은 통한다. 비록 화(禍)의 공포형 리더가 빨리 높이 갈지는 모르지만 화(和)의 인격형 리더만큼 멀리, 오래 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나쁜 리더가 당장 잘 나간다고? 배 아파할 것 하나 없다.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나게 돼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고,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