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판교신도시는 백현동과 삼평동으로 이뤄진 동판교와 판교동과 운중동으로 이뤄진 서판교로 나뉜다. 경부고속도로가 도시 가운데를 갈라서 그런 것일까, 동판교와 서판교는 같은 판교라 하더라도 사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 상업시설 많고 교통∙학군 좋은 동판교, 서판교보다 집값 비싸

판교역에서 나오면 깔끔한 아파트들과 최근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아직 공사가 덜 된 알파돔시티 현장 때문인지, 아직 정돈되지 않아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평일 오전, 거리에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일터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 도심의 분주한 느낌도 전해진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1층 식품관을 찾은 손님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평일 오전에도 쇼핑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다. 점심시간이 되자 지하 1층 식당가에는 매장마다 사람이 가득차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인기몰이를 하는 일부 식당에는 식사하기 위해 줄을 서는 고객들도 있었다.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동판교는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계획된 서판교보다 집값이 비싼 편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동판교에 속한 백현동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당 790만원이고 삼평동도 1㎡당 707만원으로 1㎡당 가격이 700만원을 넘었다. 3.3㎡(1평)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백현동이 2610만원, 삼평동이 2330만원 수준이다.

반면, 서판교에 속한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당 599만원, 판교동은 1㎡당 657만원 정도로 3.3㎡(1평) 기준 운중동과 판교동의 평균 매매가는 각각 1980만원과 2170만원이다.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하면 백현동에 있는 아파트가 운중동에 있는 아파트보다 1억6000만원 가량 비싼 셈이다.

동판교 일대는 아파트와 백화점, 상업시설 등이 고루 들어서 있다. 현대백화점(사진 오른쪽 건물) 앞으로는 알파돔시티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동판교 주변 공인중개소 얘기를 종합해보면 동판교 집값이 서판교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지하철과 광역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이 비교적 쉽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서점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동판교의 중심에는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이 있고 서울 강남과 명동, 수원, 일산신도시 등을 연결하는 광역버스 15개 노선도 동판교를 지난다.

또 판교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엔씨소프트(036570), 넥슨, 카카오(035720)등 IT 업체들이 대거 입주한 판교 테크노밸리에 닿을 수 있고, 지하철역 주변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코트야드 바이 매리어트 호텔 등이 이미 자리를 잡았으며, 최근 삼성물산(028260)건설부문도 알파돔시티로 이전했다.

이밖에 동판교는 삼평동에 있는 보평초·중학교가 지난 2009년 혁신학교로 선정됐고, 2012년에는 보평고등학교가 과학고로 지정되며 이른바 ‘보평 학군’이 형성되면서 학군 수요까지 몰려 집값이 강세다.

동판교 푸르지오공인 관계자는 “최근 대출 규제와 위례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아파트값 상승세나 거래량이 정체된 측면은 있지만, 동·서판교 집값을 비교하면 아직 동판교가 평균 1억~1억5000만원가량 비싸다”며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가 서판교는 6억5000만~7억원정도며, 동판교는 8억5000만~9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전셋값도 동판교가 더 비싸다. 동판교 H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서판교 한림풀에버 아파트는 전세 시세가 5억5000만~6억원에 형성돼 있고, 동판교 휴먼시아 아파트는 전세 시세가 6억5000만~7억5000만원에 형성돼 동판교가 1억
~1억5000만원 가량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백화점을 찾은 동판교 7단지 주민 박인화(36) 씨는 “주변에 백화점이나 마트, 서점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모두 있어 편하긴 한데 집값이 비싸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서울로 오갈 일도 많고 애들 학교도 있어 대출을 좀 늘려 동판교를 택했다”고 말했다.

◆ 전원풍 서판교, 녹지는 풍부하나 상권 발달은 덜 돼

서판교 지역은 유동 인구가 적고 하천과 공원 등이 많아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주택의 남는 공간에는 조그마한 텃밭을 일궈 채소를 기르는 사람도 있고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서판교 지역에는 단독주택을 지어 정원을 가꾸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서판교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서판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녹지가 많고 조용하다는 점을 꼽았다. 서판교 주변 K공인 관계자는 “서판교 지역은 주거 기능을 극대화해 혐오시설이 없고 깔끔하고 쾌적하다”며 “녹지가 서판교 전체 면적의 60%나 되며,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원과 하천변 산책로 등이 잘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카페 테라스 자리에서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던 박현정(37) 씨는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이나 산책로에 가서 운동도 하고 간단하게 소풍도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교통 환경도 동판교 못지 않다고 했다. 서판교는 경부고속도로와 용인서울고속도로 등이 주변을 지나가 수도권 어디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노선 수는 동판교보다 적지만 광역버스도 있어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장성부 판교이삭공인 대표는 “동판교나 서판교나 둘 다 교통의 요지에 있고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교통 여건은 사실 어떤 신도시와 비교해도 좋은 편”이라며 “지하철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동판교가 좀 더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서판교의 교통여건이 나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서판교 내 상가는 공실이 많아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다만 동판교에 비해 상권이 형성되지 못한 것은 서판교의 아쉬운 대목이다. 양옥영 강남퍼스트공인 대표는 “서판교는 배후 수요가 동판교보다 적어 상권이 생각만큼 빨리 형성되지 않았다”며 “동판교에 비해 공실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판교 판교동 상가주택에 사는 정모(57) 씨도 “서판교는 조용하고 녹지도 많아 살기에 좋은 점이 많은데 주변에 큰 상권이 없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며 “급하게 장을 봐야 할 때는 주변 농협 하나로마트나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을 이용하지만, 보통은 주말에 동판교나 분당 쪽으로 넘어가 한꺼번에 장을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