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유(디젤) 차량은 계속 늘고, 친환경 차량으로 꼽히는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은 줄고 있다. LPG 차량에 대한 정부 규제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도를 바꿔 디젤 차량에 대한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LPG 자동차는 225만5000대로 1년 전보다 8만3000여대가 줄었다. 국내 LPG 차량은 2010년 245만6000대를 정점으로 6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경유 차량은 올 3월 말 878만6800대로 1년 사이 68만4000대가 늘었다.

줄어드는 LPG 차, 질주하는 디젤차

원래 휘발유나 경유 차량과 달리 LPG 차량은 택시, 장애인·국가유공자, 렌터카, 일부 경차와 7인승 RV(레저용)에만 쓰일 수 있었다. 정부가 LPG 수급(需給) 우려와 낮은 세금 등을 이유로 규제해온 것이다. 특히 정부는 세금을 적게 매기는 LPG를 연료로 하는 차량이 늘어나면 세수가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정책 때문에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LPG 차종이나 충전소 등은 한정됐다"며 "최근에는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LPG 가격도 상대적으로 오르면서 LPG 차량 수가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이 새 차로 살 수 있는 LPG 차량은 경차 레이, 모닝 아니면 7인승 카렌스, 올란도 정도다.

LPG업계에서는 감소한 LPG 차량 수요를 디젤 차량이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신규 등록한 승용차 중 디젤차는 68만4300여대로 휘발유 차량(68만 1400여대)도 앞질렀다. 특히 수입차 판매에서 디젤차 비중은 68.8%(16만7925대)에 달했다.

'디젤차 질주'의 일등 공신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다. 야외 레저 활동 인구의 증가로 SUV 선호도가 높아지자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은 새로운 SUV를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프로그램을 조작한 '디젤게이트'가 터지는 악재도 국내 디젤차 판매량에는 전혀 영향을 못 줬다.

"디젤·LPG 차량 정책 방향을 바꿔야"

디젤차가 인기를 끄는 것은 힘과 연비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배출가스 등 환경문제를 생각한다면 디젤차보다 LPG차가 훨씬 낫다"고 말하고 있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을 발암(發癌)물질로 규정했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스모그의 원인 물질로도 꼽히고 있다. 또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도권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67.7%가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이 중에서도 경유차가 76%를 차지한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가 실제 도로에서 국내 판매 디젤차 16종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인증 기준을 만족시킨 것은 두 종뿐이었다. 독일·영국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등 '디젤게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 환경부에 따르면 LPG 차량의 배출가스 평균 등급은 1.86으로 휘발유 차량(2.51)과 경유 차량(2.77)보다 양호하다. 질소산화물 배출도 경유차의 3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규제는 없고 연비가 좋으니까 한 달에 몇 만원씩이라도 아끼기 위해 디젤 차량을 계속 사는 것"이라며 "주택가를 다니는 쓰레기차 등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차량부터 전기차나 LPG차로 강제로 바꾸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창 대한LPG협회 상무는 "우리나라는 LPG 차량에 대한 규제가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친환경 차량인 LPG차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