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현지시각) 오후 섭씨 30도가 훌쩍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태국 수도 방콕의 시암 스퀘어(Siam Square)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시암 스퀘어 일대는 백화점(시암 파라곤)과 쇼핑몰(시암 센터), 영화관 등이 모여 있는 방콕의 최대 쇼핑 거리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방콕의 ‘대학로’라고도 불린다. 시암 스퀘어 인근에는 태국 최고의 명문대학이자 국립대학교인 출라롱콘대가 있다.

태국 젊은이들이 방콕 중심가에 있는 시암역에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시암 스퀘어 2층과 바로 연결된 방콕 지상 철도(BTS) 시암역에서는 이어폰을 꽂은 채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복을 입고 있던 서너 명의 여학생들은 연신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라인(LINE) 메신저를 통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 여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있어 고등학생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는 대학생이었다. 태국의 ‘서울대’라고 불리는 출라롱콘대는 남녀 모두 교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이들에게 여러 모바일 메신저 중에서 라인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모든 친구가 라인을 쓰고 있어서다”라고 답했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이 태국인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시암 스퀘어를 비롯해 시암 파라곤, 시암 센터를 둘러보며 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가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기자가 살펴본 20명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쇼핑 중인 여성, 백화점 내 커피숍에서 대화하고 있는 커플,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가족 등 모두 라인을 사용하고 있었다.

커플인 티엠쁘라 뚜삐리에(23)와 짜이로데 쓰리센(23·여)은 “곰과 토끼 등의 귀여운 스티커뿐 아니라 현지맞춤형으로 제작된 스티커가 나오면서 라인이 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며 “이런 차별점 때문에 젊은 층이 라인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에서는 현재 6만명 이상의 스티커 창작자가 크리에이터스 마켓에서 자신의 창작 캐릭터나 이모티콘을 팔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라인은 2013년 태국에 진출한 이후 태국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태국 전체 인구 약 6800만명 중 라인 사용자는 절반에 가까운 3300만명(49%)에 달했다. 태국 스마트폰 사용자 4000만명 중 80% 이상이 라인을 사용하고 있다.

시암 스퀘어 중심에 있는 라인 빌리지 모습. 현재 내부 공사 중이다.

라인은 올해 3분기 중으로 ‘방콕의 심장’으로 불리는 시암 스퀘어 중심에 라인 빌리지(라인프렌즈 캐릭터 상품과 음료 등을 판매하는 복합 공간)의 문을 열고 태국인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간다. 지하 1층과 지상 1, 2층 총 3층으로 이뤄진 라인 빌리지는 규모만 500평에 달한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서는 라인 카페와 캐릭터숍이 각각 자리하고 2층에는 디지털 체험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라인 관계자는 “제품 구매뿐 아니라 라인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라인 빌리지가 오픈하면 라인이 태국인의 생활 속에 더 깊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라인 빌리지 앞에서 길거리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라인 빌리지가 문을 열면 지금보다 유동 인구가 더 늘어나 매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겼다.

라인 빌리지 앞에서 바라본 시암 스퀘어 모습. 위로는 방콕 대중교통인 지상 철도(BTS)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