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나서기 이전에 급한 대로 수출입은행에 긴급 자금이 수혈된다.

4일 금융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달 내로 방위사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주식 약 5000억원어치를 수출입은행에 출자하기로 했다. 산은은 KAI 지분 26.7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인데 KAI 지분의 7.6%(4일 기준 시가 4986억원)를 수은의 추가 자본금으로 넣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9.9%까지 떨어진 수은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10.3%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의 BIS 비율은 14.2%로 현재로서는 수은보다는 여유가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KAI 지분이 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수은이 곧바로 현금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수은의 BIS 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급하기 때문에 정부가 출자를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번 출자는 산은이 자금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일종의 '돌려막기'를 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이 천문학적 부실을 감춰둔 게 드러나자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인 산은은 시중은행들에 "대우조선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가 전부 거절당했다. 그러자 산은은 수은에 "주식을 출자해서 자본금을 5000억원 정도 늘려줄 테니 대우조선에 추가 대출을 해달라"고 해서 관철시켰다. 산은은 수은의 지분 13%를 가진 대주주다.

산은은 당초 비상장 주식인 LH공사 지분을 수은에 주려고 했지만, 비상장 주식 양도에 따른 세금 500억원가량을 내야 할 상황이 되자 상장 주식인 KAI 지분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에 대출해 준 돈은 12조9903억원(산은 4조원, 수은 8조9903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금융계 고위 인사는 "산은이 수은에 추가 출자하기로 한 것은 '병 주고 약 주고'를 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