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달부터 자율출퇴근제를 확대 시행 중인 가운데 2012년 도입한 사내 절주(節酒) 캠페인 ‘119’ 슬로건을 4년여만에 ‘112’로 바꿨다.

119는 ‘한 가지 술로 1차에서 끝내고 오후 9시 이전에 귀가한다’는 의미이고 112는 ‘한 가지 술로 1차에서 끝내고 음주 시간은 2시간 이내로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슬로건이 바뀐 것은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지면서 ‘오후 9시 이전에 귀가하라’는 구호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절주 캠페인 112를 알리는 표지판이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과 디자인 직군에 한해 시범 도입한 자율출퇴근제를 지난달 13일부터 생산직을 제외한 본사 전 임직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주 40시간, 하루 4시간 이상 일하는 조건으로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대부분의 연구소가 모여있는 수원사업장 R&D 단지 내에는 새로운 절주 캠페인 112를 알리는 표시판이 등장했다. 표시판에는 “아직도 술로 채우십니까? 채워야 하는 것은 술이 아닌 마음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112의 의미가 적혀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교육과정에서도 음주 사고 사례 등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폭음 기준을 참고해 남자는 소주 7잔, 여자는 소주 5잔을 넘기지 말라는 지침도 내놨다.

한편 삼성의 절주 캠페인은 다른 국내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LS그룹,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웅진코웨이 등이 119를 내세웠다. 포스코는 1종류 술로 1차까지 회식을 하고 10시 전에 귀가하자는 의미의 '111' 절주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오후 9시 이후 술자리를 금지했고, CJ그룹은 아예 ‘술 없는 회식’을 권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절주 캠페인이 회식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면서 굳이 술집이 아닌 야구장, 공연관람, 요리강좌 등 다양한 형태로 조직원 간에 회식하는 방법들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