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관리 중인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주채권은행이 자구책을 공식 요구하는 등 구조 조정 압박이 조선업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조만간 추가 구조 조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며 최근 임원 25%를 감원한 현대중공업도 다음 주 희망 퇴직을 통해 생산직 포함 3000여 명 감축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정부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마친 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주채권은행이 경영 개선을 위한 자체 계획을 받고, 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인 셈이다.

현대·삼성중은 부채비율이 각각 221%와 306%에 머물러 부실 징후가 높은 상태는 아니지만 지난해 1조5000억원대 영업 손실을 입은 데다 올 들어 4월까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등 장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삐 죄기 나서는 금융권

이달 2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본사에 산업은행이 보낸 공문이 도착했다. 자구(自救) 계획 요청서였다. 핵심은 재무 구조·경영 개선·유동성 관리 등 3가지 개선책과 함께 '제3의 기관'에 경영 진단을 받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8일엔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찾아왔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에게 자구책 마련을 공식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KEB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에 1조2000여억원을 빌려준 상태다. 이날 면담에서 권 사장은 "우리는 대우조선해양과 다르다. 이미 임원 25% 감축을 시작했고 인원 구조 조정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양 사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자구책 제출 시한도 없고, 부채비율을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 기준도 없이 자구책을 압박하니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한편 채권단으로부터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청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조만간 나올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안전성 평가) 결과를 본 뒤 추가 구조 조정 방안을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현대·삼성중 구조 조정 속도 내라"

금융위는 중장기·전방위로 조선업 구조 조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외과적인 수술은 대우조선해양에 집중되겠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감량 처방을 내린 뒤 주채권은행을 통해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현대·삼성중공업의 자체 구조 조정에 대해 "속도를 더 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개별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 활동에 악영향을 받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수주 부진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채권단이나 정부가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구조 조정과 현대·삼성중공업의 사업 조정이 마무리돼 이 '빅3'가 완전히 건강을 되찾은 뒤에야 선박 종류별 전문화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병 등이 업계 내부에서 제기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