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께 선물을 하나 드려야겠네요. 라인맨! 앞으로 나와주세요."

3일 태국(泰國) 방콕에서 열린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기자회견장. 라인 캐릭터가 그려진 녹색 점퍼 차림의 남성이 간식 꾸러미를 들고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라인맨 서비스는 선물 배달이나 음식 배달 같은 심부름을 해줄 도우미를 라인으로 호출하는 서비스다.

라인 태국법인의 아리야 바노미옹(Banomyong) 대표는 "라인맨 서비스는 우리 태국 법인에서 자체 기획해 지난주부터 선보인 서비스"라며 "앞으로 태국 외에 라인을 쓰는 전 세계 곳곳에서 라인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 대표가 3일 방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라인은 태국을 비롯한 국가별로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독자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본격적인 글로벌 성장 전략을 들고 나왔다. 국내에서 개발한 서비스를 해외에서 선보이는 단순한 '해외 진출' 모델을 넘어서, 태국이나 일본, 인도네시아 등 해외 현지에서 개발한 서비스를 다른 국가로 수출하거나 국내로 역수입하는 모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대표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생산 체제' 확충을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했던 과정과 유사하다.

태국의 국민 메신저 된 라인

국내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카카오의 카카오톡과 달리, 네이버의 라인은 해외 시장에서 성장해 왔다. 지난 3월 말 기준 월평균 이용자가 2억1840만명으로 아시아 1위인 중국 텐센트의 위챗(5억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6800만명), 태국(3300만명), 대만(1700만명)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2500만명), 스페인(1800만명)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태국은 4000만명으로 추정되는 태국 스마트폰 이용자의 80% 이상이 라인을 사용하고 있다. 태국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으면서 라인 해외 진출의 거점 국가가 됐다.

라인 태국법인이 개발한 ‘라인맨’ 서비스의 심부름 도우미가 고객에게 선물을 배달하고 있다.

라인은 이미 태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플랫폼(기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던킨도너츠가 라인을 통해 6개들이 도넛 한 상자를 사면 한 상자를 더 주는 쿠폰을 배포, 8일 만에 1400만바트(약 4억5710만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벌써 250여 개 기업이 라인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 개인의 창작 캐릭터나 이모티콘을 팔 수 있는 '크리에이터스 마켓'에서는 10만명이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태국에서 라인 캐릭터 콘테스트 1위를 차지한 파타야왓 투피리씨는 기자들에게 "작년에 라인을 통해 방콕 시내 집 한 채 값을 벌었다"고 자랑했다.

구글 태국법인장 출신인 바노미옹 대표는 "다른 해외 IT기업들의 해외 법인과 달리, 라인의 해외 법인은 직접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이를 해외로도 수출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면서 "이를 위해 태국에 자체 연구개발(R&D) 조직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지 문화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승부"

구글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은 본사에서 개발한 기능이나 서비스를 각국 지사를 통해 현지 언어로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달리 라인은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현지에 맡긴다. 라인 태국 법인이 이번에 선보인 라인맨 서비스 역시 태국인들이 길거리 음식을 즐기지만 배달이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태국 지사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를 앞으로 한국을 비롯해 음식 배달 문화가 있는 세계 곳곳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라인은 최근 대만 법인에도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까지 자체적으로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오토바이를 호출하는 서비스 ‘고젝’과 제휴하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라인의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는 신중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보다 수십 배 큰 미국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싸울 수 없다”며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지금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잊고 그 나라 사정에 맞춰 백지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라인의 성공에 힘입어 네이버의 해외 매출은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조739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채선주 부사장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올린 견인차는 해외 사업"이라며 "지난 5년 새 해외 매출은 3.6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