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 대다수가 구글 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제조사들에 구글 앱을 설치하도록 한 이른바 ‘선(先) 탑재’ 조치 때문이다.

3일 조선비즈가 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2016년 3월 기준으로 국내 안드로이드폰에 가장 많이 설치된 앱 상위 20개 중 16개가 구글 앱이었다.

1위는 구글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였으며 2위는 구글이 제공하는 '주소록', 3위는 구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였다. ‘구글 캘린더’(4위), ‘구글 지도’(6위), ‘구글 검색’(7위), ‘구글 메일’(8위), ‘구글 플레이 무비’(9위), ‘구글 메시지’(10위)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11~20위에도 구글 앱이 많았다. 구글 채팅 서비스 '구글 행아웃'이 11위, 구글 스토리지 서비스 '구글 드라이브'는 12위이며 국내 사용자들은 많이 쓰지 않는 ‘구글 플레이 게임’(13위), ‘구글 플러스’(14위), ‘구글 플레이 북’(15위), ‘구글 토크백’(16위), ‘구글 텍스트투스피치 엔진’(20위)도 상위 20위안에 들었다.

상위 20위 설치 앱 중 구글 앱이 아닌 경우는 '카카오톡'(5위), ‘V3 모바일 플러스 2.0’(17위), 'T스토어'(18위), ‘네이버’(19위) 4개 뿐이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자료 =코리안 클릭

전문가들은 구글 앱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구글이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회사에 구글 앱을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어긴 제조사에는 불이익을 주는 ‘선 탑재’ 조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내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구글 선탑재 앱이 대거 순위에 오른 점은 선탑재 효과가 시장에서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면서 "구글이 안드로이드 지배력을 바탕으로 구글 앱도 띄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선아씨는 “스마트폰을 살 때 기본 설치 앱이 10개도 넘는다”면서 “이런 앱은 제거할 수 없어 메모리와 배터리 용량을 축낸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도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에 지메일, 구글 지도 등을 끼워서 출시하도록 한다며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사전 설치앱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자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4월 6일 소비자가 기본 설치 앱도 불필요하다면 삭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 과장은 “EU가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해 반독점 판결을 내리기 이전인 2014년부터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치면 빠르면 오는 7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국내 주요 회사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아닌 다른 회사의 앱스토어 설치가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어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