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동차는 모바일 허브가 될 것입니다. 자동차는 컴퓨터 용량도 스마트폰보다 훨씬 크고, 배터리 제약도 거의 없기 때문에 좀 더 파워풀한 컴퓨터가 될 겁니다."

현대자동차의 '차량지능화사업부장' 겸 '차량IT 개발 센터장'을 맡고 있는 황승호(60·사진) 부사장은 지난 29일 본지 인터뷰에서 차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IT와 차량을 융합시키는 차원을 넘어 자동차로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를 완벽하게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황 부사장은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시스코와 손잡고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커넥티드 카'는 자동차에 IT(정보기술)를 접목해 차 안에서 회사 업무 등은 물론 완벽한 자율 주행도 가능한 첨단 자동차이다. 두 회사의 협업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길에 "시스코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시작됐다. 이후 현대차는 '커넥티드 카' 청사진을 발표했고, 시스코 최고경영진은 지난달 현대차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황 부사장은 "커넥티드 카의 궁극적인 모습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것처럼 자율주행은 기본이고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까지 검색해주는 차"라고 말했다.

첫 단계는 인공지능 기술을 써서 차의 어느 부분에 고장이 났는지 등을 분석하고, 이에 앞서 미리 보수를 하는 기능이다. 그는 "이런 기술은 3~4년 후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다음 단계는 자율주행이다. 황 부사장은 "커넥티드 카는 도시 전체 교통망을 검색해 어떤 길에 차량이 몰리면 분산해서 안내해주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2020년대 초가 되면 이같이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스마트 트래픽'을 실현하는 차가 나온다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마지막 단계는 차가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가 되는 것이다. 황 부사장은 "클라우드로 수퍼컴퓨터 등과 연결된 자동차는 알아서 움직이면서 다양한 지시들을 처리하게 된다"며 "2020년대 후반이 되면 차 안에서 일할 사람은 일하고, 쉬고 싶은 사람은 영화나 음악을 즐기는 등 자동차가 하나의 생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황 부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 LSI(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부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전장(電裝·전자장비)사업부를 키우고 있는 삼성과 LG가 직접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이 좋은 전장 부품을 만들면 우리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사장은 대신 강력한 라이벌로 구글애플을 꼽았다. 황 부사장은 "이 회사들은 그동안 자동차 산업을 하지 않았던 미지의 상대이기 때문에 경계심을 갖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