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면세점 사업자 4곳을 추가하면서 면세점 업체들의 개별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의 롯데 면세점 월드타워점 내부 모습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대기업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호텔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이 선정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았던 면세점 사업권을 손에 넣은 업체들은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한 동안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당시 면세점 사업권을 얻었던 회사들의 주가는 최근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난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회사들의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발표로 새롭게 면세점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커진 업체들 역시 최근 주가가 하락했다. 사업자가 늘면서 경쟁이 심화돼 시내 면세점 사업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도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 시내 면세점 추가 발표에 작년 사업권 취득했던 업체들 주가 약세

지난해 6월 이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 추이

2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전날보다 5.7%(3800원) 하락한 6만2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사흘 연속으로 하락하며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졌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함께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던 호텔신라(008770)도 최근 이틀간 2%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사업자로 신규 선정됐던 두산(000150)도 최근 사흘 연속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했던 업체들은 한 동안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 증가로 시내 면세점들이 최근 몇 년간 많은 수익을 거뒀기 때문에 새롭게 면세점을 취득한 유통업체들 역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점 사업자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7월 10일부터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호텔신라와 두산도 면세점 사업권 취득을 전후해 주가가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관세청이 시내 면세점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지난해 새롭게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의 실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관세청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을 추가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5월과 6월 각각 영업이 종료되는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과 롯데 면세점의 잠실 월드타워점 등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대로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했던 업체들은 실적 개선이 어려워진 것이다.

◆ 시내 면세점, 9곳이 13곳으로…전체 업계 성장성에 ‘빨간 불’

관세청의 면세점 사업자 추가 방침에 따라 앞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업계들의 경쟁이 심화돼 전체적으로 실적 개선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사업권을 추가로 따낼 가능성이 큰 업체들도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오른쪽 첫번째)이 정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서울에 4곳의 시내 면세점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하는 모습

금융투자업계와 유통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는 롯데 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이다. 세 곳 모두 면세점과 백화점 운영 경험을 가진 데다, 지리적으로 다른 면세점들과 거리가 멀어 관광객 분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2일 현대백화점(069960)은 전날보다 3.7%(5500원) 내린 14만2000원을 기록했다. SK네트웍스(001740)도 3% 떨어졌고, 롯데쇼핑(023530)도 2.8% 하락했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는 롯데 소공점과 코엑스점, 호텔신라,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 법인인 HDC신라, 동화, 한화, 두산, 신세계, SM 등 9곳이다. (5월과 6월에 영업이 종료되는 SK 워커힐점과 롯데 월드타워점은 제외) 여기서 올해 안에 4곳의 사업자가 추가될 경우 면세점은 총 13곳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신규 특허를 받았다 해도 관광객들이 여러 면세점에 분산돼 전체 업계가 예전과 같은 수준의 수익을 얻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다.

◆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이 더 불리” 전망 많아

전문가들은 시내 면세점 사업자 발표 이후에는 롯데와 호텔신라 등 이미 사업을 해 왔던 업체들보다는 신규 특허를 받은 업체들이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의 경우 면세점 사업 노하우를 갖추고 있으며 비용 관리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신규 사업자들은 고객 유치 단계에서부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상위 업체들은 원가율 개선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 쉽고 수수료율을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낮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신규 사업자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영업이익률이 중장기적으로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는 6월말 영업이 종료되는 롯데 면세점의 잠실 월드타워점에 입점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어떤 곳이 유치하는 지에 따라 향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현재 월드타워점에는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이 입점해 있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월드타워점 영업이 끝나면 명품 브랜드들은 다른 신규 면세점들과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명품 브랜드는 국가별 매장 수를 한정해 놓고 영업을 한다”며 “신규 면세점이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경우 관광객을 유치하고,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데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