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중국 신세계부동산그룹의 정즈강(鄭志剛·37) 부회장은 "한국 화장품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 화장품 회사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방법을 몰라 한국 시장에만 머무르고 있어요. 잠재력 있는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지난 29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중국 신세계부동산그룹의 정즈강(鄭志剛·37) 부회장은 한국 화장품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한국 화장품 업체 잇츠스킨에 180억원,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벤처기업 ‘얍(YAP)’에 220억원을 투자했다. 정 부회장은 “한국 화장품은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며 “지난 40년간 중국에서 구축해온 유통망을 통해 뛰어난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진출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정위퉁(鄭裕) 신세계부동산그룹 회장의 장손(長孫)인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 떠오르는 젊은 부호다. 최근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Wealth-X)가 발표한 ‘아시아 젊은 부호’에서, 44억 달러의 자산으로 2위에 올랐다. 홍콩에 본사를 둔 신세계부동산그룹은 부동산 사업을 하면서, 백화점과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정위퉁 회장은 1945년 ‘저우다푸(周大福)’라는 작은 금은방을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아 중국 최대 귀금속점으로 키워낸 후 1970년 부동산 개발회사인 신세계부동산그룹을 세웠다. 저우다푸의 지난해 매출은 10조원으로,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1조1600억원)의 9배 수준이다. 중국에만 매장이 2300개다.

중국 최대 귀금속점 '저우다푸' 매장.


현재 저우다푸와 신세계부동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부회장은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를 거친 해외 유학파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된 30분 내내 유쾌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큰 소리로 웃기도 했고, 한국 화장품 이야기가 나올 때면 목소리와 손동작이 커졌다.

―잇츠스킨에 180억원 투자한 이유는.

“잇츠스킨이 원천 기술을 보유한 ‘달팽이 크림’이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 잇츠스킨 제품이 그룹 유통망을 통해 중국 시장에 판매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잇츠스킨 제품을 저우다푸 매장 안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다음 달부터 광저우와 충칭 매장에 잇츠스킨 매장을 연다. 저우다푸의 VIP 고객 600만명을 대상으로 잇츠스킨 화장품 샘플을 보내고 피부관리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잇츠스킨이 저우다푸 2300개 매장에 신세계부동산그룹 백화점 43개에 매장을 열게 된다면 곧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가 될 것이다.”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 화장품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위스나 유럽 화장품 브랜드가 유명하다지만, 그건 서양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동양인 피부에는 한국 화장품이 잘 맞는다. 직접 써보고 하는 말이다. 한국인들만큼 깨끗한 피부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없다. 얼마전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느꼈다. 태양이 내리쬐는 환경에서도 주인공인 군인 피부는 주름, 잡티, 모공 하나 없이 깨끗하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만큼 까다로운 고객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기술이 뛰어난 화장품 기업이 많은 반면, 해외 진출을 위한 노력이나 홍보는 취약하다. 스위스 유명 브랜드와 비슷한 성능의 아이크림을 병당 평균 100만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데 장점을 알리지 못한다. 그런 기업을 발굴해 중국 시장에 알리고자 한다.”

―잇츠스킨 외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화장품 회사는.

“당장은 없지만 찾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신라면세점, 이랜드, CJ, SPC, 제일모직 등 한국 유통 기업과 협력해 왔다. 앞으로는 투자 범위를 애니메이션·만화·게임·소설 등 콘텐츠와 화장품,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인천 송도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싶다.”

―투자 분야가 너무 광범위하지 않은지.

“신세계부동산그룹과 저우다푸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기업이다.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다. 중국 내 소비 흐름도 경험 중심의 프리미엄 소비로 옮겨가는 추세다. 제품과 함께 라이프 스타일을 소비하는 셈이다. 그게 보석이 될 수도 있고 화장품, 아파트일 수도 있다. 우리 목표는 전 세계 각국에서 최상의 제품을 유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브랜드와의 교류를 늘리려고 한다. 잇츠스킨 같은 한국 화장품은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한다. 이런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1980~90년대 출생)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기업가로서 삶의 비전·목표는.

“장인(匠人) 정신이다. 여기서 말하는 장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이나 사람을 뜻한다. 문화와 예술, 여행을 즐기는 이유도 창조에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미래 비즈니스는 융합과 창조가 핵심이 될텐데, 다양한 기업간 협력과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