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이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끼워팔기가 반(反)독점법 위반 행위라고 발표한 가운데 한국 정부도 이와 유사한 사업자들의 ‘갑질’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기본 탑재 앱이라고 해도 스마트폰 작동에 필수적이지 않다면 사용자가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제공

이번 개정안에서 정부는 스마트폰 제조사나 모바일 운영체제(OS) 개발사, 이동통신사가 스마트폰 기능을 구현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이용자가 지울 수 없도록 막아두는 것을 금지 행위로 규정했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제한하는 앱을 운용하는 행위도 앞으로는 금지된다.

그간 사업자들은 스마트폰 구동에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앱을 기기에 기본 탑재한 다음 시장에 출시해 왔다. 이 같은 앱을 보통 ‘선(先)탑재 앱’이라고 부른다. 사진 갤러리나 앱 장터, 웹 브라우저 등이 대표적인 선탑재 앱이다. 사용자는 선탑재 앱 대신 다른 앱을 쓰더라도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는 없었다.

앞서 미래부는 2014년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이동통신사들과 협의해 ‘선탑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불필요한 앱을 이용자가 삭제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보니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은 이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다. 현재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의 선탑재 앱은 거의 삭제할 수 있지만, 구글 앱 대부분은 삭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EU가 지난달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지메일, 구글맵 등을 끼워파는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발표하자 한국 정부도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에서 “1년 동안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 제조사 등과의 계약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며칠 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부 개정안은 아직 입법예고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의견수렴과 심사 절차를 거치면서 내용이 일부 수정될 수 있다. 미래부 인터넷제도혁신과 관계자는 “유튜브, 구글 드라이브 등은 필수 앱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면서 “구글뿐 아니라 제조사·통신사가 선탑재하는 앱에 대한 조사도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