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현대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옛 한전 본사 부지 매입 이후 현대차와 한전의 주가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토지 매매 당시 한전 본사 부지 전경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4년 9월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 불렸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본사 부지의 새 주인이 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10조5500억원의 거액을 인수금액으로 제시해 입찰 경쟁에서 맞붙은 삼성그룹을 물리쳤다.

삼성동 부지의 새 주인이 된 이후 1년 7개월여가 지난 현재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매입 당시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차가 토지를 매입하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을 쓴 데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이후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성장성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반면 토지를 판 한전은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한전은 삼성동 부지를 매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실적도 호전됐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발전연료로 쓰이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실적 개선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 삼성동 땅 계약 이후 현대차 주가는 34% 하락, 한전은 40% 상승

삼성동 부지 매입 후 현대차 주가 추이

4월 29일 현대차는 전날보다 3%(4500원) 하락한 14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사흘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2월 이후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며 주가가 한 동안 반등했지만, 최근 다시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 18일 한전이 삼성동 본사 부지의 새 주인을 발표하기 전날 현대차의 주가는 21만8000원이었다. 삼성동 부지 매입 이후 현대차 주가는 1년 7개월여만에 34.4% 하락한 것이다. 2014년 9월 이후 지금까지 현대차 주가는 단 한 번도 20만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삼성동 부지 매각 후 한전 주가 추이

반면 한전은 현대차그룹에 본사 부지를 매각한 이후 주가가 계속 상승 흐름을 보였다. 2014년 9월 17일 주가가 4만3850원이었던 한전은 지난 4월 29일 6만1800원을 기록해 39.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현대차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옆걸음하고 있는 반면 한전은 20% 넘게 오르며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 주주가치 훼손 평가 이후 글로벌 판매도 부진…악재 잇따른 현대차

현대차의 삼성동 부지 매입에 대해 투자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나 신기술 개발에 투입돼야 할 시기에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10조5500억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일 현대차 주식을 매도했다.

몇 달간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홍역을 치른 이후에도 현대차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일본이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져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중국과 러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량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103만7093대를 기록, 전년대비 7% 줄었다. 러시아에서는 전년대비 10.3% 감소한 16만1210대, 브라질에서는 5.7% 줄어든 17만5500대를 각각 파는데 그쳤다.

실적 부진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분기 현대차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증가한 22조350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5% 감소한 1조3424억원에 그쳤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최근 5년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14년 삼성동 부지 매입 이후 ‘오너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차의 주가를 평가할 때 더욱 세밀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엔화 가치 급등이나,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 등 확실한 요인이 없다면 현대차의 주가는 당분간 눈에 띄게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재무구조 개선된 한전, 전기료 인상·원자재가격 하락 등 연이은 호재

현대차가 삼성동 부지를 사들인 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반면 땅을 판 한전은 주목을 받았다. 토지 매각 후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배당을 발표하면서 배당주로써 매력이 부각됐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11조3467억원으로 전년대비 96.1% 증가했다. 매출액은 58조9577억원으로 2.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3조4163억원으로 379.3%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한전의 이익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욱 증가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기료 인상 효과와 함께 발전연료로 쓰이는 석탄과 LNG 등의 가격이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어 비용 부담도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은 1분기 한전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한 16조원, 영업이익은 49.5% 늘어난 3조3000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KB투자증권은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실적을 낼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전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6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강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연료비용과 전력구매비용이 1조1000억원 절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전은 에너지 신사업 투자를 위해 요금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입장이고 정부도 공공요금 인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저유가가 반영되는 올 상반기까지는 한전의 이익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