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캐스트, 애니메이션 강자 급부상…디즈니와 본격적 경쟁 체제로

애니메이션 ‘슈렉’의 한 장면

미국 최대 케이블텔레비전 회사인 컴캐스트가 ‘쿵푸팬더’와 ‘슈렉’ 등으로 유명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월트디즈니 출신 제프리 카첸버그, 음악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펀이 1994년 공동 창업한 드림웍스에서 2004년 분리 독립한 실사 영화 회사다.

컴캐스트 로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컴캐스트는 28일(현지시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주당 41달러, 총 38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27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종가보다 27% 높다. 인수 협상 보도가 나오기 전인 26일 종가와 비교하면 51%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다.

2013년 영화제작사 유니버설픽처스를 인수 완료했던 컴캐스트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인수에 나선 것은 영화·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컴캐스트는 2013년에 인수한 자회사 유니버설픽처스를 통해 ‘미니언즈’ 등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드림웍스를 인수하면서 순식간에 애니메이션 업계 1위인 월트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자로 부상하게 됐다.

드림웍스애니메이션 로고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비즈니스의 보강을 위해 컴캐스트는 2004년 월트디즈니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디즈니는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는 컴캐스트를 거부하고 2005년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를 구원투수로 영입한 뒤 영화 '어벤져스'와 '겨울왕국'에 이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로 연타석 대박 흥행을 터뜨리며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애니메이션 명가 드림웍스도 ‘슈렉’,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애니메이션을 다수 내놓으면서 입지를 굳히는 듯했지만 2년 전 참담한 흥행 참패를 맛봤다. 2014년 11월 개봉한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기대 이하 성적을 거뒀고 '터보' '미스터 피바디와 셔먼' 등도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다. 때문에 드림웍스는 2014년 매출이 3.1% 줄어드는 역성장을 경험했고 3억달러 영업 손실을 봤다. 급기야 드림웍스는 지난해 1월 전 세계에서 5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마다가스카의 펭귄’의 한 장면

컴캐스트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드림웍스 인수에 나선 것이다. 컴캐스트가 애니메이션 영화계 강자로 꼽히는 드림웍스를 인수하면 유니버설픽처스와 함께 영화·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인 월트디즈니 아성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드림웍스에 눈독을 들이는 곳은 컴캐스트뿐만이 아니다. 2014년 일본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드림웍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무산됐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제안한 인수금액은 총 34억달러에 달했다. 이후 미국 완구업체 해즈브로가 드림웍스와 인수 협상에 돌입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지만 역시 합병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제프리 카젠버그

컴캐스드가 드림웍스를 인수하면서 제프리 카젠버그 현 드림웍스 CEO는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지만, 드림웍스 뉴미디어 회장을 맡아 인터넷용 동영상 제작업체인 ‘어섬니스TV’ 등의 경영에 관여할 예정이라고 WSJ은 전했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M&A)은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 연말쯤 완료될 전망이다. 만약 반독점 문제 등으로 인해 승인을 얻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면 2억달러를 물어주기로 했다고 컴캐스트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