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선동욱 씨는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장남이다. 정성이 고문은 1985년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동욱 씨는 현재 뉴욕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있다.

채수연 씨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차녀다. 미국 코넬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성균관대 재학 시절 홍미경 씨(현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고문)와 결혼, 장녀 문선 씨와 차녀 수연 씨, 장남 정균 씨 등 1남 2녀를 뒀다. 문선 씨는 애경산업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3년 7월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와 결혼했다. 정균 씨는 현재 군복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혼식은 혼례미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장소 선택은 가톨릭 신자인 정성이 고문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혼례는 전체적으로 소박하게 치러졌다. 취재진이나 일반 시민들의 출입 통제도 없었다. 신랑 측 관계자는 “정재계 인사들은 초청하지 않고 가족들과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만 불렀다”며 “작은 결혼식 취지에 맞게 화환과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랑신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명동성당 광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식전 웨딩촬영이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포즈를 취하는 신랑신부의 모습엔 어색함이 가득했다. 10여 분간 짧은 식전 촬영을 마치고 신랑신부는 대기실로 들어갔다.

1.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한 신랑, 신부 2. 식 전 웨딩촬영이 진행 중이다. 3. 성당 앞의 정성이 고문과 신랑 선동욱씨

11시 30분쯤 성당 광장에 신랑과 양가 가족이 자리했다. 한복을 차려입은 정성이 고문과 홍미경 고문은 하객을 어디서 맞을지 논의했다. 두 사람의 말투는 사돈이라기보다 친구처럼 보였다. 양가 가족들은 하객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잠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가 정오쯤에 다시 나왔다.

정오가 되자 성당 광장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객들의 발걸음도 많아졌다. 친척 중 가장 먼저 식장에 도착한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었다. 정의선 부회장은 평소에도 큰누나인 정성이 고문을 매우 잘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동욱 씨를 포옹하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후 동욱 씨 옆에서 하객을 함께 맞았다.

2006년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3남 정대선 현대비에스엔씨 대표(39)와 결혼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37)는 아들의 손을 잡고 정대선 대표와 같이 왔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2012년 자녀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 이후 ‘은둔설’이 돌 만큼 가족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2014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차녀 정선이 씨의 결혼식에도 불참했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올해 3월 20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일 때부터 가족행사에 다시 모습을 비치기 시작했다.

현대가 며느라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모습도 포착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2시 40분쯤 도착했다. 현정은 회장은 꽃무늬 연분홍 저고리에 진분홍 치마를 입었으며, 딸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도 함께였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도 식장을 찾았다.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불참했다. 재계에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참석해 신랑신부를 축하했다.

정몽구 회장은 12시 50분쯤 애마 ‘EQ900’을 타고 성당에 도착했다. 동욱 씨는 외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리자 90도로 꾸벅 인사했다. 정몽구 회장은 동욱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성당 입구에서 자리를 지키며 하객을 맞던 채형석 부회장과 홍미경 고문도 정몽구 회장에겐 직접 다가가 인사했다. 신부 가족의 인사를 받은 정몽구 회장은 곧장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가족사진 촬영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성당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사가 시작됐다. 주례는 박신언 몬시뇰(주교품을 받지 않은 덕망이 높은 신부)이 맡았다. 박 몬시뇰은 성서의 마태오복음 19장 말씀을 통해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은 한 사람이 됐다”며 “신랑은 처가를 위해, 신부는 시댁을 위해 매일 1분씩 기도하는 부부가 됐으면 한다”고 축복했다.

박 몬시뇰은 미사 도중 신랑의 이름을 ‘신동욱’이라고 호명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몇 차례 실수 뒤엔 ‘요한’(선동욱), ‘안나’(채수연)라는 세례명으로만 신랑과 신부를 불렀다.

혼인 미사는 1시 50분쯤 끝났다. 이어 명동성당 뒷마당에서 기념촬영이 진행됐다. 현대차그룹 가족사진 촬영에 이어 범현대가 전체 사진도 찍었다. 범현대가 전체 사진 촬영 때 정몽구 회장은 자리하지 않았다. 정의선 부회장은 범현대가 사진 촬영 이후 신랑신부와 사진을 또 찍었다. 신랑 측 관계자는 “조카 사랑이 남다른 것 같다”며 “누나에 대한 애정이 조카에게 그대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랑과 신부는 이날 결혼식을 찾은 하객들을 위해 허상욱 작가의 분청사기 그릇을 선물로 준비했다. 선물 속엔 “소중한 날 함께 축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힌 신랑신부의 카드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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