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뭄 대책 발표하지만 지역 여건 고려 안돼
부처에 흩어진 수자원 관리 업무 총괄하는 기구 필요

"물 관리를 지자체가 직접 할 수 있게 정부가 주도권을 넘겨야 한다.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는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김태웅 한양대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

전문가들은 국내 가뭄 대책의 문제점 중 하나로 국가 주도의 수자원 관리 정책을 꼽았다. 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연간 물 수요량과 공급량을 감안한 가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수자원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 “수자원 관리, 정부 주도에서 지자체 주도로”

충남 지역이 최근 5년 간 3번이나 극심한 가뭄을 겪는 동안 상당수 지역에서는 물 부족을 실감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가뭄 대책을 내놓은 것이 가뭄 피해를 오히려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부처별로 매년 국가 안전집행계획을 세워 발표한다. 여기에 가뭄 대책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여름철 재난예방을 위한 준비체계 구축 ▲재해 발생시 긴급복구 추진 등 포괄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

김태웅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권(水權)을 국가가 가지고 있어 하천 관리를 정부가 도맡아서 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물 관리를 한다"면서 "지자체가 필요에 의해 물 공급량과 수요량을 조절하는 방식이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인제군 남면 소양호가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지역맞춤형 중소형 댐이 여러개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조원의 비용이 들고 완공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대형 댐 대신에 지자체에 물을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중소형 댐이 가뭄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2012년 중소형 댐 14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 노후 상수관 교체하고 지류·지천 정비해야

땅 속으로 새는 물을 막기 위해 노후 상수관로를 교체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상수관로 18만688㎞ 중 30.6%는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다. 상수관로 노후로 인한 연간 누수량은 6억톤 이상, 경제적 손실은 5000억원 이상으로 분석됐다.

김형수 인하대학교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일부 지역의 경우 노후 상수관으로 인한 누수율이 40~50%에 이른다"면서 "당장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단계적으로라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노후 지방상수도 개량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상수도 관리를 맡고 있는데, 재정 여건이 취약해 제대로 보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정부가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군지역 20곳을 선정해 내년 예산에 공사비를 반영할 예정이다.

42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자율 절수에 들어간 충남 보령 시내에 물 절약을 호소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4대강 보를 가뭄 해결에 활용하기 위해 지류·지천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4대강 지류·지천을 정비해 가뭄에 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4대강 후속사업을 추진해선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김형수 교수는 "현재 4대강에 저장된 물을 근처 농지에서는 활용하고 있지만 멀리 떨어진 곳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니 지류·지천 정비를 통해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물 관리 컨트롤타워 필요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물 관리 업무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환경부는 수질을, 국토교통부는 수량을 관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력 발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 용수를 담당하고 가뭄이 국가적 재해가 됐다고 판단되면 국민안전처가 나서는 구조다.

김승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가뭄 때 정부 부처 합동으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는데, 이를 상시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각 부처가 자기가 맡은 업무 중심으로 판단을 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박무종 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물 관리청을 별도로 만들어 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국토부 "보령댐 도수로 건설 완료…충남에만 90억원 투자"

국토부는 지난달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취수장에서 통수식을 열었다. 보령댐 도수로 건설사업은 지난해 가뭄 때 보령댐의 저수율이 계속 떨어지자 금강의 물을 보령댐 상류로 공급하게 위해 추진됐다. 도수로를 통해 금강에서 보령호로 하루 최대 11만5000㎥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성 등 충남 서부권 지자체와 함께 올 6월까지 90억원을 투자해 누수율을 10% 줄이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공은 수도관을 전산화해 '관망관리체계'를 만들고, 수압 관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후 블록별로 누수율을 분석하고 관망 정비를 통해 체계적인 시설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설치된 18개 다목적 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다목적 댐의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능력 등에 대한 재평가를 올해 안으로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