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대기업에도 신성장 산업에 대한 R&D(연구개발) 세액공제를 세법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한 것은 산업계 재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선, 해운 분야의 구조조정으로 예전 성장 동력의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새로운 산업을 빨리 키워야 한다"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투자 의지가 있는 기업에 혜택을 집중해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존 4대 부문(교육·공공·노동·금융) 구조개혁에 더해 최근 '산업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데, 스마트카·사물인터넷·바이오 등 유망 분야에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R&D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을 확대한 것은 제약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광범위하게 기업들의 요구를 귀담아듣고 세제상 인센티브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신성장 서비스업의 경우 인적 투자 비중이 높다는 특성을 감안해 고용 관련 혜택을 강화한다. 고용 관련 세제 혜택 적용 업종을 네거티브 방식(제외 업종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적용)으로 바꾼다. 또 추가로 고용한 인원에 대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도 현행 50%에서 75%로 높인다. 여기에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문화, 콘텐츠 등 신성장 분야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정책자금 80조원을 공급한다.

신산업 투자 실패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먼저 감당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AI)과 같이 투자 위험이 큰 분야에도 과감히 뛰어들도록 독려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정부는 정부·공공기관 5000억원, 민간 자금 5000억원을 모아 1조원 규모의 '신산업 육성 펀드'를 만들 방침이다. 신산업 투자 실패로 손실이 생기면 정부·운용사 출자분으로 우선 충당하고, 발생하는 수익은 정부가 후순위로 가져간다.

이번 신산업 육성 대책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색깔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최경환 전 부총리가 수요 확대에 중심을 둔 경기부양책을 쓴 것과 달리 구조조정, 신산업 육성 등 공급 관리에 나서 대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각종 세제 지원 방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점이 변수다. 대기업 R&D 투자에 대한 혜택 확대를 야당이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고 시비를 걸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