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는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던 200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유산인 혁신 동력이 식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올 1분기 매출 505억6000만달러(약 58조1000억원), 순이익 105억달러(약 12조600억원)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 시각)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2.8%, 순이익은 22.8% 줄어든 수치다. 애플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8%나 폭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의 추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이팟·아이폰과 같은 혁신 제품을 더 이상 내놓지 못하는 애플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의 성장 날개 꺾여… 아이폰 판매량 줄어

애플의 실적 부진은 작년 9월 내놓은 신제품 '아이폰6s'의 판매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아이폰6s는 전작(前作)과 비교했을 때 기능과 디자인에서 차별화 요소가 거의 없어 출시 당시부터 "아이폰에서 혁신이 사라졌다"는 혹평을 들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아이폰 판매대수(5119만대)는 작년 1분기에 비해 16.2%나 줄었다. 판매가 부진하면서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는 악순환을 빚었다. 1분기 평균 가격은 641달러(약 73만6200원)로 지난 4분기에 비해 7%나 떨어졌다.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비싼 최신 제품보다 2~3년 전에 나온 '아이폰5s'나 '아이폰6'를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의 부진도 실적 악화에 한몫했다. 애플은 1분기 중국 시장(대만·홍콩 포함)에서 125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작년보다 26%나 떨어졌다. 애플의 다른 주력 시장인 북미·일본·유럽과 비교해 중국 시장의 낙폭이 가장 컸다. 중국 화폐(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로 파는 아이폰의 가격이 올라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로 인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애플은 올해 들어 중국 업체인 화웨이·비보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애플에 중국 정부의 리스크까지 겹쳤다. 중국 정부는 이달 중순 아무런 설명 없이 중국에서 애플의 전자책과 음악 서비스 '아이뮤직'을 이용할 수 없게 차단했다.

혁신 없이 주주 친화 정책만 늘어놓는 애플

미국 월가(街)에서는 애플의 실적 악화는 올 2·3분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 스스로도 2분기 전망에 대해 "매출이 410억∼430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매출이 1분기는 물론이고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최대 17.3% 줄어든다는 것이다.

애플이 실적 만회를 위해 지난달에 내놓은 중저가 스마트폰 '아이폰SE'의 판매량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7에도 '혁신적인 기능'은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미국 번스타인증권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전성기는 이미 지나갔다"며 "앞으로 예전처럼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이 멈춘 애플은 혁신 제품 개발보다는 주주들의 불만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가 하락에 놀란 애플은 자사주 매입과 주주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2018년까지 1750억달러(약 20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분기별 배당금도 1주당 52센트에서 57센트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애플의 배당 확대가 주가 하락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애플이 새로운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한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