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숍' 유통업체인 다이소에서는 최근 '○퍼프'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상품이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퍼프는 파운데이션 같은 액체로 된 화장품을 피부에 바를 때 사용하는 스펀지. 정식 이름은 '조롱박형 화장퍼프'이지만 "어린 아이의 대변처럼 귀엽게 생긴 2000원짜리 제품이 다른 화장품 매장에서 파는 1만5000원짜리 제품 수준의 품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별명이 붙었다. 올 들어 월평균 판매 개수는 6만9000개다. 안웅걸 다이소 이사는 "중소기업 상품박람회에서 우연히 발굴한 제품인데 요즘은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며 "1000원 숍 시장도 이제 싼 가격만으로는 고객 눈을 못 끄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캔두도쿄 1호점에서 여성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생활용품, 미용 소품, 인테리어 장식품, 아이디어 상품 등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영업 시작 석 달 만에 월 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저렴한 가격 경쟁을 하던 국내 1000원 숍 시장이 상품 경쟁도 시작했다. 처음에는 500원, 1000원, 2000원 등 싼 가격을 무기로 매출을 올렸지만,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싼 것은 물론이고 디자인이 좋고 아이디어도 튀는 상품 경쟁도 치열하다. 1000원 숍이란 1000원짜리 상품을 기본으로 대부분 1만원 이하 상품으로 구성한 저가 균일가 매장을 뜻한다.

비행기 타고 건너오는 1000원 숍 제품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의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에 있는 '캔두도쿄 1호점'. 390㎡ 규모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이디어 소품이었다. 병아리가 그려진 동그란 계란 모양의 기구에 '에그타이머'라고 써 있었다. 계란을 삶을 때 같이 넣고 끓이면 노란 병아리가 흰색으로 바뀌면서 계란이 익었다는 걸 알려주는 제품이다. 매장을 찾은 신재원(64)씨는 "일본이 아기자기한 생활용품을 잘 만든다고 알고 있었지만 일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재미있는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 100엔 숍 시장 3위 업체인 캔두사가 연 이 매장의 월 매출은 3개월 만에 8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캔두코리아는 올해 안에 매장 수를 2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길중 캔두코리아 부사장은 "일본 100엔 숍의 상품 종류는 한국보다 5~6배 많은 6000여개여서 한국에서 보기 힘든 상품이 많다"며 "상품의 70% 정도는 일본에서 들여오고 나머지는 한국의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말했다.

2014년 말 '버터'라는 생활용품 편집숍으로 1000원 숍 시장에 뛰어든 이랜드도 상품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버터는 젊은 층을 노린 캐릭터 상품이 많다. 기존 캐릭터를 사용하면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해 상품 가격이 높아질 수 있어 아예 캐릭터 개발 디자이너 팀을 꾸렸다. 10여명의 상품 개발자가 해외 유통 업체를 통하지 않고 중국, 홍콩, 대만 지역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와 가격을 낮추고 있다.

국내 1000원 숍 시장의 선두주자로 전국 1070개 매장을 운영하는 다이소도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중국산이 많던 초기와 달리 국산품 비율을 70%까지 높였고, 105명의 상품 개발자가 국내 중소기업 상품 전시회와 일본·홍콩·싱가포르 등을 돌며 상품을 찾아다닌다.

인터넷에도 진출한 '1000원 숍'

저렴한 가격으로 생활용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마련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1000원 숍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다이소는 작년 매출 1조493억원을 기록해 5년 만에 매출이 약 3배로 늘었다.

이미 PC 쇼핑몰·모바일 쇼핑몰과 백화점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현대H몰'에 다이소를 입점시켰는데 작년 매출 신장률이 112%였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2014년 7월부터 5000원 이하 상품 균일가전을 펼치고 있다. 김성민 티켓몬스터 본부장은 "저가 균일가전 매출이 작년에 비해 160%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G마켓·옥션도 작년 다이소 몰을 입점시켰는데 3월 매출이 입점 첫 달에 비해 3배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