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과 16일 일본 구마모토(熊本)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때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지진 신호가 감지됐다. 원전 운영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즉각 국내 원자력·수력 발전소 전체에 대해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다행히 강도는 미세했다. 지진 진앙과 거리가 313㎞로 가장 가까운 고리원전에서도 내진 설계 대비 167분의 1에 불과했다. 구마모토 강진의 영향을 받은 국내 원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조원을 투입,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하는 등 복합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사진은 고리원전 1~4호기의 모습.

우리 원전, 규모 6.5 강진에도 견딜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일본 정도의 강진 발생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한수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안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발전소 부지 내에서 리히터 규모 6.5~7.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원전마다 지진 감지를 위해 '3축 시간 이력 가속도계' '첨두 가속도 기록계' '지진 스위치' 등 10여개의 첨단 감지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원자로 자동정지 시스템도 설치돼 있다.

지진 발생 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비정상, 비상, 방사선 비상 계획서, 중대 사고 지침서 등이 마련돼 있고 근무자는 철저한 교육 시스템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되고 있다. 또 유사시에 대비해 부지별 비상 대응 설비를 마련했고, 본사에도 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종합상황실을 구축했다.

후쿠시마 사고 교훈 삼아 안전 강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원전의 전기 공급이 중단돼 일어났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없어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1조원을 투입해 복합적인 대비 방안과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대비 방안은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강진이 발생할 경우를 전제로 마련됐다. 우선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하고, 안전 정지 계통의 내진 성능을 보강해 지진에 대한 설비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특히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 4호기와 신한울 1, 2호기는 리히터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대형 지진해일 발생을 가정해 고리원전의 해안 방벽을 높이고 방수문과 배수펌프를 설치해 침수에 대비했다. 언제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이동형 발전 차량도 준비했다. 원자로의 수소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무전원 수소 제거 설비를 설치하고, 방사성 물질을 여과하여 배출할 수 있는 배기 설비도 설치했다. 최악의 경우인 방사능 유출 시에 대비해 비상 대응 조직을 구성하고 원전 인근 주민 보호를 위한 방호 약품도 구비해놓았다. 한수원은 원자력 안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016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NIS)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비리 막기 위해 2직급 이상 퇴직자 협력사 취업 제한

한수원은 설비 신설과 교체에 연평균 5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또 강화된 기술·품질 요건에 부합하는 투명한 구매 절차를 마련했다. 구매·기술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했다.

구매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2직급 이상 퇴직 직원의 협력사 취업을 제한하고 입찰 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또 구매 제품의 원본 정보를 직접 확인해 품질서류 위·변조를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한수원과 협력사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우선 협력사에 대한 기술과 판로를 지원하고,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금 대출액을 늘렸다. 거래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간소화하고 심사 기간도 단축했다. 한수원은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종합청렴도 부문에서도 우수 등급을 받았다.

최근 한수원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형성에 힘쓰고 있다. 원전을 처음 도입한 경제 개발기에는 싸고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장 중요했지만, 현재는 안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원자력발전 사업의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난달 경주에 13층 규모로 신사옥을 건설하고 본사를 이전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국민과 함께 기쁨을 나눈다는 의미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을 키워드로 삼아 올해를 국민 친화 경영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한수원은 지역 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