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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이 자동차와 IT 기술을 융합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돼 산업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관련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다른 차량이나 도로망과 무선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자동차이다. 자동차가 자체적으로 교통상황을 분석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경로를 찾고,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알려주기도 한다. 운전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 역시 커넥티드카의 연장선에 있는 ‘미래형 스마트카’이다.

◇현대차-시스코, BMW-삼성전자… 기업 간 협력 활발

커넥티드카의 핵심은 ‘연결’이다. 자동차 제조 기술 외에 통신망, 데이터 수집·분석·처리 기술이 집약돼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와 IT·통신기업 간 협력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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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지난 19일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인 시스코와 손잡고 커넥티드 카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송수신하고, 차량 내 각종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만들 계획이다. 일본 도요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휴를 맺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인 ‘도요타 커넥티드’를 최근 미국 텍사스에 설립했다. BMW는 SAP와 협력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도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폴크스바겐은 LG전자와 손잡고 커넥티드카와 스마트홈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커넥티드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은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애플은 ‘카플레이’를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약 150만대의 차량이 두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운전자는 이를 통해 음악감상, 문자메시지 보내기, 지도 활용,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2020년이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내장된 차량은 4000만대, 카플레이가 설치된 차량은 371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그린카와 함께 차 안에서 네이버 내비게이션·음악·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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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커넥티드카 2억5000만대, 시장 규모 182조원

글로벌 기업들이 커넥티드카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넥티드카가 사용자 편의를 높여주는 차량을 넘어서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이면 전 세계 2억5000만대 이상의 차량이 무선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 4대 중 3대가 커넥티드카가 되는 셈이다. BI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관련 산업 규모는 2015년 500억 달러(약 57조원)에서 2020년 1600억 달러(약 18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들이 커넥티드카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물인터넷(IoT)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기기와 기기, 기기와 사람이 연결되면서 자동차 안에서 음악·영화를 감상하고 인터넷 검색, 통화, 이메일 확인 등 개인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가 스마트폰 같은 고사양 기기로 변모하면서 자동차 자체(하드웨어)보다 차량 관련 서비스(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버로 대표되는 차량 공유 서비스의 부상이다. 올해 2월 기준 우버의 시장 가치는 76조원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인 GM(54조원)과 포드(59조원)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김영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기반 산업에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자동차 업체가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이 안 된 신흥업체에 뒤처진다는 사실은 업계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면서 “자동차는 앞으로 운전 이상의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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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클레이스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판매는 지금보다 약 40%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 차량 공유 서비스·내비게이션·주차·배달·결제 등 미래 자동차 관련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커넥티드카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완성차와 IT 업계의 시각이다.

포드와 아우디도 지난해 자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출시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스마트카 시장 선점을 위한 완성차 업체와 IT 기업 간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다량의 콘텐츠를 보유한 IT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