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회수 필요 기술력은 극한의 ‘묘기’..머지 않은 시기에 우주 개발 시장에 파장

스페이스X의 우주 로켓 ‘팰컨9’이 4월 8일 오후 4시 43분(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하늘로 솟아올랐다. 약 8분 뒤 팰컨9의 메인 추진 로켓인 1단 로켓은 발사장에서 약 300km 떨어진 대서양에 떠있는 축구장 크기의 무인선에 무사히 착륙했다.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테슬라의 창업자도 머스크)에 이어 로켓 재활용이라는 신시장을 열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처럼 스페이스X도 머지 않아 로켓 재활용에 따른 저렴한 발사비용으로 우주 로켓 발사 시장을 요동치게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머스크는 로켓을 착륙시켜 회수한 해상 무인선에 ‘나는 너를 여전히 사랑한다(Of Course I Still Love You)’라는 글귀를 무인선에 남겼다. 한번 발사한 로켓을 재활용하겠다는 머스크의 의지와 철학을 담은 것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 로켓 ‘팰컨9’을 회수한 무인선. 중간에 ‘Of Course I Still Love You’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팰컨9이 해상 무인선에 착륙하는 데 활용된 기술을 소개했다. 이를 분석한 국내 항공우주 과학자들은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가 10여년간 축적한 ‘극한의’ 기술력이 우주 로켓 해상 회수에 집약됐다고 말한다.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을 해상 무인선에 무사히 착륙시킬 때까지 네 차례의 실패를 맛봤다. 이에 대해 항공우주 과학자들은 “예상보다 적은 실패 횟수”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우주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며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로켓을 개발할 때부터 ‘로켓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팰컨9 발사 비용은 6120만 달러(약 700억원)였다. 전문가들은 회수한 중고 로켓을 재활용하면 발사 비용을 약 3분의 2 수준인 4000만 달러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움직이는 배 위에 사용한 로켓의 착륙...극한의 ‘묘기’

한번 발사한 로켓을 바다 위에 무사히 착륙시키는 것은 지상에 착륙시키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다. 바다는 파도나 조류의 영향으로 출렁인다. 이에 따라 착륙 지점인 무인선도 계속 움직인다. 수백 km 상공에서 내려오는 로켓의 시선으로 볼 때 바다에 떠있는 무인선은 ‘점’처럼 조그맣게 보인다. 움직이는 ‘점’에 정확히 착륙하기 위해서는 최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머스크가 네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해상 착륙을 계속 시도한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보통 우주 로켓은 지상에서 바다 쪽으로 발사된다. 만일의 사고 발생시 로켓이 지상보다는 바다에 추락해야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로켓을 회수하려면 엔진을 재점화해야 하는데, 바다를 향해 발사된 로켓이 다시 지상으로 되돌아오려면 엔진을 더 오래 가동해야 한다. 그만큼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고 비용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결국 해상에서 회수해야 회수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스페이스X의 우주로켓 ‘팰컨9’이 발사되는 모습

팰컨9의 메인 추진로켓인 1단 로켓을 회수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단계별로 극한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첫 번째로 필요한 핵심 기술은 1단 로켓이 분리된 뒤 자세를 전환하는 것이다. 분리된 1단 로켓은 공중에서 비스듬하게 누운 상태로 탄도 비행(공을 허공에 던지면 중력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것)을 한다. 바다 위 무인선에 착륙시키려면 발사할 때처럼 1단 로켓을 수직의 곧추선 자세로 만들어야 한다. 그대로 두면 이런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스페이스X는 3개의 엔진을 재점화해 그 추진력으로 곧추선 자세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스페이스X가 쌓아온 극한의 기술력이 숨어 있다.

선병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비행성능팀장은 "발사할 때 사용하고 남은 연료를 이용해 정확한 시점에 엔진을 재점화한다"며 "여기에 맞게 잔류 연료를 엔진 연소실로 주입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고난도 기술"이라고 감탄했다. 그는 "1단 로켓이 분리된 뒤에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있게 되는데 이 때 연료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 연소실에 안정적으로 엔진을 공급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선 팀장은 또 “분리된 1단 로켓의 탄도 비행 속도에 따라 재점화된 엔진의 추진력도 조절해야 한다”며 “연료 밸브를 실시간으로 몇 초 단위로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연료의 양을 조절하고 추진력까지 제어해 자세를 잡는 기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강조했다. 초정밀 로켓 엔진 제어 기술이 동반되지 않으면 바로 실패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자세를 잡은 1단 로켓이 낙하하면서 만나는 ‘불청객’은 공기의 저항이다. 비행체는 공기 중에서 항력이나 양력이 생긴다. 항력은 공기의 저항을 받는 힘을, 양력은 비행체를 뜨게 하는 수직 방향의 힘을 말한다. 팰컨9 1단 로켓의 상부에는 격자 모양의 날개가 있다. 이 날개의 방향을 조절해 항력과 양력을 제어한다. 마치 비행기가 고도를 변경하거나 이착륙할 때 날개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기권 진입시에는 엔진을 또다시 점화하고 낙하 속도를 대폭 줄인다. 낙하 속도를 줄여야 대기권에서 공기와의 마찰로 생기는 열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착륙할 지점에 고도 몇 십미터 정도까지 접근하면 가운데에 있는 보조 엔진을 점화해 똑바로 착륙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든다. 이를 ‘추력벡터 제어’라고 하는데 엔진에서 화염이 나오는 노즐의 방향을 제어해 안정적인 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팰컨9’의 1단 로켓이 바다에 떠 있는 무인선에 안정적으로 착륙하기 위해 보조 엔진을 점화했다.

선 팀장은 “추력벡터 제어 기술과 격자 모양의 날개 등을 세밀하게 조정해 착륙할 수 있는 안정된 자세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들을 정밀하게 통합 조정하는 것도 고난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 스페이스X의 경제학...우주 발사 시장에 막대한 파급력

스페이스X가 로켓의 해상 회수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 투자 정보 웹사이트인 ‘모틀리풀’은 “스페이스X가 우주 발사 시장에 막대한 파급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2006년 설립한 우주 개발 합작 벤처인 ‘ULA(United Launch Alliance)’와, 프랑스 에어버스와 사프란이 만든 합작기업 ‘에어버스사프란론처스’가 각각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 로켓과 스페이스X를 비교 분석했다.

팰컨9을 쏘는 데 6120만 달러(약 700억원)가 들었다. 이는 ULA의 로켓 발사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또 에어버스사프란론처스’가 개발 중인 ‘아리안6호’의 발사비용 7700만 달러보다도 저렴하다.

그윈 샷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따르면 우주 로켓을 재활용하면 우주 발사 비용이 30% 싸진다. 이를 팰컨9에 적용하면 4000만달러 내외로 아리안6호 발사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에어버스사프란론처스가 개발 중인 유럽의 차세대 우주 로켓 ‘아리안6호’ 그래픽. 유럽우주국(ESA)은 에어버스사프란론처스에 24억유로를 지원해 2020년까지 아리안6호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머스크는 로켓 재사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면 ‘한계비용(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이 10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재사용하는 1단 로켓에만 국한된 얘기로 전체 발사 비용이 6000만 달러에서 60만 달러로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2단 로켓이나 탑재체 캡슐은 기존 비용 그대로다.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록히드마틴과 보잉은 우주 개발 비즈니스를 통해 각각 12.6%, 10%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합작사인 ULA의 주 수요처는 미국 정부다. ULA는 미국 정부의 우주 발사 의뢰로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 1400억원)를 벌고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의 손익 현황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발사 비용을 줄일수록 영업이익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모틀리풀은 “스페이스X가 해상에서 회수한 재활용 로켓을 본격적으로 상업화한다면 영업이익이 40%로 치솟을 것”이라며 “애플이나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스페이스X가 재활용 로켓 시장을 어떻게 만드느냐다. 모틀리풀은 “스페이스X가 재활용 로켓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기업공개를 한다면 스페이스X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병찬 팀장은 “회수한 로켓을 수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결국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려면 견고함과 신뢰성을 검증받아야 하는데 단시간 내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