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에 빠진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이 이르면 다음 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대규모 감원과 조직 통폐합을 핵심으로 하는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다.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2019년까지 직원을 지금보다 3000여 명 적은 1만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상시 희망퇴직제를 운영하고 있어 당분간 조선업발(發) 대량 감원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조만간 최대 3000명(전체 직원의 10%)의 직원을 감축한다. 사무직뿐만 아니라 생산직도 구조조정 대상에 넣는다. 조직도 통폐합해 100개 부서를 없애고 서울 상암동에 나와 있는 설계 인력들은 울산으로 철수한다" 등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생존을 건 대수술에 돌입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구조조정 방안은 없다"고 밝혔지만, 추가 구조조정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27일 경영진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면서 구조조정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안다"면서 "감원뿐 아니라 휴일 작업 전면 중단, 임원진에 대한 연 2회 평가제도 도입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에도 사무직원을 중심으로 1300여 명을 감원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과 2015년 두 해 동안 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지만 직원 숫자는 이익 5조원을 올리던 2010년(2만4222명)보다 많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역시 사상 최대 호황이었던 2010년 대비 작년 종업원 수가 500~1000명 더 많다.

조선업계의 대규모 감원은 작년에만 조선 3사(社)가 6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다 올 들어 1분기 수주실적이 사상 최악이었던 작년 1분기의 3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향후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은 백형록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과 만나 1시간여 동안 회사경영 상황을 설명한 뒤 "수주절벽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회사의 생존만을 생각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