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붉은색이면 첫 성 경험을 하는 시기가 또래보다 늦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위험한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첫 경험이 빠를 확률이 높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존 페리 박사 연구진은 19일 "외모나 행동과 관련된 유전자를 보면 첫 경험을 언제 할지 최소한 25%의 확률로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머지 75%는 종교나 가족·친구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즉 첫 경험 시기는 유전과 환경이 1 대 3의 비율로 좌우한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40~69세의 영국인 남녀 12만5000여명의 유전자를 분석해 첫 경험 시기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유전자 38개가 첫 경험 시기에 25%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CADM2'라는 유전자의 활동이 활발하면 또래보다 첫 경험을 빨리하고 나중에 아이를 더 많이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자는 뇌 세포 활동에 영향을 미쳐 위험한 행동을 선호하는 성격을 만든다. 이와 달리 예민한 성격을 만드는 MSRA 유전자는 첫 경험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 주근깨를 만드는 유전자가 있는 여성도 첫 경험이 늦었다. 이는 미국과 아이슬란드인 25만여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네틱스'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청소년의 성적 조숙(早熟)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서구 청소년들은 평균 16세에 첫 경험을 한다. 1990년보다 1년 이상 빨라졌다. 과학자들은 영양 공급이 늘면서 조숙해진 탓이 크다고 본다. 이번 연구 결과 성 경험이 또래보다 빠르면 아이를 빨리 가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