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인 미국 시스코와 손잡고 ‘커넥티드 카(자동차와 IT를 융합한 차량)’ 개발에 나선다.

커넥티드 카는 다른 차량이나 교통·통신 인프라와 무선으로 연결,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차를 말한다. 실시간 내비게이션, 원격 차량 제어 등이 가능해진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0년이면 2억5000만대의 커넥티드 카가 도로를 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와 미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 회사가 힘을 합쳐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커넥티드 카의 성공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커넥티드 카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놀랍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19일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회의실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과 척 로빈스 시스코 CEO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현대차, 왜 시스코와 손 잡았나…자동차 스스로 도로상황 파악하는 시대 온다

정의선(46) 현대차 부회장은 4월 1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방한중인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커넥티드 카 개발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차량 네트워크’는 커넥티드 카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커넥티드 카가 실용화 되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달리는 초고속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시스코와 손 잡았다. 시스코는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70%가 사용하는 라우터, 스위치 같은 네트워크 장비 분야의 절대 강자다.

커넥티드카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자동차 스스로 도로 상황과 교통 정보를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10km 밖에서 마주쳐야 할 신호등 색깔도 계산해 낸다. 녹색 신호를 받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혼잡한 도로를 피해 우회로를 선택하기도 한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차량간 통신(V2V) 시스템이 개발되면 고속도로 상황을 모니터링, 교통 체증과 사고, 날씨 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볼보가 개발한 보행자 에어백은 사람의 머리와 보닛이 부딪쳐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자동차끼리 목적지나 주행 경로, 운행 시간에 대한 정보도 공유한다. 예를 들어 어떤 차가 언제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지 계산할 수 있다. 운전자는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도 예측한 정보를 활용해 교차로를 지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동작한다. 충돌이 예상되면 앞좌석 안전벨트가 팽팽하게 조여지고 창문과 선루프도 닫힌다. 보행자 에어백은 행인의 부상을 막고, 충돌 강도·면적 등을 계산해 에어백이 펼쳐진다.

◆ 애플 워치로 에어컨 켤 수 있어...속속 상용화

상용화된 커넥티드카 기술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컨셉 IAA’ (Intelligent Aerodynamic Automobile)의 V2X 기술이 있다. V2X는 차량 대 차량, 차량 대 사람과 통신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 받는 기술이다.

도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뒤따라 오는 자동차에게 정보를 전달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도로 앞쪽에 문제가 생길 경우 뒤따르는 차가 속도를 줄일 수 있게 정보를 전달한다. 목적지가 같은 차량을 파악하고 뒤쫓는 주행도 가능하다.

교통신호를 미리 예측, 최적의 차량속도를 알려주는 ‘인라이튼 앱’.

볼보는 스마트워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 콜’을 소개했다. 온 콜은 애플 워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운전자는 차량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볼보는 온 콜에 대해 “자동차의 문을 잠그고 열 수 있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켤 수도 있다”며 “현재 차량의 위치를 확인해 내비게이션 기능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규어는 커넥티드 시스템을 이용해 비상연락, 차량보안, 와이파이 핫스팟,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 미완의 기술…해킹 공격 취약점 보완해야

커넥티드 카는 무선 인터넷에 연결돼 기본적으로 해킹 등 보안 위협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세계적 보안 전문가 유진 카스퍼스키는 올해 4월 1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와 자동차 업체들이 해커들로부터 자동차를 보호하는 기술을 마련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이다. 해커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며 “차에 탑재된 50~60개의 컴퓨터가 CAN(계측 제어기 통신망)을 통해 통신할 때 해커도 동시 접속해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애플 아이폰으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모습과 유진 카스퍼스키.

지난해 미국에서는 보안 전문가 2명이 무선 통신시스템을 이용, 주행중인 ‘지프 체로키’의 소프트웨어를 원격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지프 제조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국에서 140만대 리콜을 결정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릴 필요도 있다”며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블랙박스를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