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국가가 제정한 기념일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팔다리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장애인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것마저 힘겨울 때가 많다. 휠체어나 의족·의수 등이 보조역할을 하지만 아직 장애인이 마음놓고 편하게 활동하긴 어렵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팔이나 손이 마비된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생각대로 움직이고 촉각을 느끼는’ 인공 팔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향후 5년 내에는 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인공 팔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첨단 기술 집약된 인공 팔 연구 ‘드림팀’ 가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상록 박사(사진) 연구팀은 2014년부터 생체모사형 메카트로닉스 융합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6년 간 총 365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해 생각대로 움직이는 '인공 팔'을 개발한다는 게 목표다.

현재 국내 인공 팔 연구 수준은 뇌파나 근전도, 신경다발 등에서 나오는 제한적인 생체신호를 통해 팔의 위치 정보를 인식하거나 간단한 제스처만 할 수 있다. 팔이 수행하는 무수한 동작 가운데 구현할 수 있는 동작이 제한적이고 촉감을 느낄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기술을 뛰어넘기 위해 연구팀은 인체 신경의 신호 전달 원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다양한 신경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팔의 복잡한 움직임을 구현하고 물체의 다양한 촉감이나 온도까지 느낄 수 있는 생체신호 제어용 신호 처리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연구팀이 개발중인 인공팔 시스템. 실제로 팔이 절단된 장애인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를 주도하는 오상록 박사는 각 분야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자로 ‘드림팀’을 꾸렸다. 신경 신호 측정 및 분석 시스템 개발에 김기훈 KIST 로봇연구단 김기훈 박사 연구팀을, 인공피부 및 근육 개발에는 최혁렬 성균관대학교 교수 연구팀을 선정했다. 인공 골격 및 관절 개발을 위해서는 최영진 한양대 교수 연구팀이 힘을 보탰다. 오상록 박사는 생체 내에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장치를 개발하는 연구팀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김기훈 KIST 박사 연구팀은 뇌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경신호를 측정, 분석해 섬세한 손동작을 구현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에 촉감을 적용하기 위해 삽입형 신경 전극과 이를 이식하기 위한 수술 장비, 신경·근육 재생 기술을 개발중이다.

최혁렬 교수 연구팀은 고분자 소재를 이용해 인간의 근육과 유사한 힘을 낼 수 있는 인공근육 구동기와 인공 팔에 적용할 3차원 피부센서를 연구하고 있다. 최영진 교수 연구팀은 팔이 절단된 장애인의 남아있는 뼈와 근육을 최대한 활용해 팔이나 손의 움직임을 의학적으로 분석, 실제 팔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인공골격 및 관절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있다.

오상록 박사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경신호와 직접 연결해 인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실제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되찾아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美연구진, 팔 마비된 환자 신경신호 전달하는 데 성공

미국 연구진은 팔이 마비된 장애인이 로봇이나 인공 팔 같은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공개했다. 이 연구는 채드 바우턴 미국 파인스타인의학연구소 신경분석기술단장이 주도했다. 연구진은 척수가 손상돼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연구진이 개발한 신경 신호 전달 및 실제 구동 시스템을 이용해 팔이 마비된 장애인이 컵에 물을 따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장애인의 대뇌 피질에 신경 신호를 분석할 수 있는 전극을 이식하고 손목에는 신경 신호를 인식할 수 있는 전극을 패치 형태로 붙였다. 여기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뇌가 내리는 명령이 담긴 다양한 신호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의 신경 신호를 데이터로 분석해 최적의 신호를 팔에 붙인 전극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6년 전 불의의 사고로 팔이 마비된 장애인에게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손가락 5개를 따로 움직일 수 있었다. 또 간단한 기타 연주도 가능해졌다. 연구진은 “신체 마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백만 명의 장애인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연구를 더욱 진척시켜 팔 다리가 마비된 환자들이 자유자재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