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한국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 소(蘇競釗·Joe So)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1일 홍콩섬 완차이(灣仔)에서 개막한 '제4회 국제IT전(International IT Fest)'에서 기자와 만나 "화웨이는 통신장비 기업에서 스마트폰과 서버(중대형 컴퓨터), 스토리지(대용량 저장장치)까지 만드는 종합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를 설득해 한국 각 도시가 추진하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조 소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스마트 와치를 보여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 CTO는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부문 연구개발(R&D)을 총괄하며 스마트 시티 등 대규모 시스템통합 및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라오위안 스마트 시트, 베이징 스마트 정부, 선전 스마트 시티, 싱가포르 스마트 네이션, 독일 도르트문트 무선 경기장 등 20개 국가에서 60여개 대규모 시스템통합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그는 국제IT전의 부대행사로 13일 열린 '인터넷경제 서밋 2016'의 패널로 참석했다.

소 CTO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의 성공 조건으로 '상업 모델(commercial model) 개발’과 ‘정부 부처간 협력’을 꼽았다. 그는 "스마트 시티 구축은 물론 운영 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간다"면서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상업 모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남아프리카의 한 보험사는 물탱크 누수(漏水)를 방치하면 집 전체를 수리해야 하고 보험금 지급도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물탱크에 누수 감지 센서를 달아 보험료를 깎아주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상업 모델이 뒷받침돼야 스마트 시티는 운영비를 감당하며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 CTO는 정부 부처간 벽 때문에 스마트 시티가 난항을 겪는 경우를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부호들의 부동산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막는 법을 만들어도 정부 부처간 시스템이 통합돼 있지 않아 위법자들을 적발할 수 없었다”면서 “정부 부처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똑똑한 도시를 만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 CTO는 “화웨이는 클라우드 분야의 오픈 소스 커뮤니티인 오픈스택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스택은 ‘서버 가상화’, ‘네트워크 가상화’, ‘스토리지 가상화’ 등 클라우드 구축에 필요한 공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그는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의 대국에서 보여준 것처럼 스마트 시티부터 인공 지능 서비스까지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화웨이는 오픈스택 재단에 2012년 합류,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아키텍처 소스코드를 공개하며 클라우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화웨이는 오픈스택 재단의 골드 멤버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화웨이는 통신장비 부문과 소비재 부문(스마트폰 제조·판매)뿐 아니라 소 CTO가 관장하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화웨이의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43억 달러(276억 위안)를 기록, IBM와 HP 등 전통적인 컴퓨팅 업체를 위협했다. 통신장비(358억달러·2323위안)와 소비재(199억달러·1291위안)를 포함한 지난해 전체 화웨이 매출은 608억달러(3950억위안)이다.

한편 소 CTO는 5월 17일~18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아시아의 미래: 혁신 4.0(Asia Tomorrow: Innovation 4.0)'의 연사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