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말해서 카카오톡(모바일 메신저)으로는 해외에 나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는 가능합니다. 카카오 해외 진출의 첫 단추가 바로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입니다."

지난 14일 경기도 판교의 카카오 본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임지훈(36) 대표는 지난 1월 1조8700억원에 인수한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로엔에 대해 "카카오의 해외 진출 도전사를 새로 쓸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로엔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멜론)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생산·배급할 수 있다"며 "카카오의 기존 음악·만화·소설·영상 서비스와 결합해 해외로 한류(韓流) 콘텐츠를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엔에는 아이유·씨스타 같은 유명 연예인도 소속돼 있다.

임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취임한 이후 4개월 만에 로엔 인수라는 초대형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너무 비싸게 샀다"는 우려가 컸다. 임 대표는 이에 대해 "유명 아티스트들과 영상·음악을 제작해 이를 카카오 플랫폼으로 선보이면 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서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본사에서 만난 임지훈 대표는 “카카오톡을 이용한 해외 진출은 실패했다”며 “해외 진출의 첫 단추를 끼울 것이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라고 말했다. 임 대표가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들을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임 대표는 자신이 이끄는 카카오의 미래상에 대해 "편리함과 즐거움을 통해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모바일·게임 등 기존 사업뿐 아니라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메신저·택시·대리운전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게임·음악·만화는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며 "20년 뒤의 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하며 가능한 모든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2003년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NHN(現 네이버)에서 1년 남짓 근무한 후, 벤처투자업체인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 케이큐브벤처스의 대표를 역임했다. 작년 9월 당시 35세였던 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선임되자, IT 업계에서는 "사업 한번 안 해본 임 대표가 시총 8조원짜리 인터넷 대표 기업을 이끌 적임자냐"는 목소리가 컸다.

임 대표는 이에 대해 "경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 대표는 "모바일 산업이 태동하던 2000년대 후반부터 벤처 투자가로 활동하면서 게임·메신저·전자상거래·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경험하고 성과도 냈다"며 "김범수 이사회 의장도 대표 자리를 제의하면서 '각 사업을 각각의 스타트업으로 생각하면 잘해낼 것이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카카오가 전자상거래 업체인 로티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범수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범수 의장의 협상 상대가 로티플의 주요 주주였던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임 대표였다. 임 대표가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시절에는 매주 김범수 의장과 만나 카카오 주요 사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카카오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임 대표는 "올해 안으로 실적이 개선되긴 힘들겠지만 3년 안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콜택시·대리운전·헤어숍 등 각종 신규 사업에 적용할 수익 모델을 검토 중이다. 6월 출시 예정인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와 미용실 예약 서비스는유료로 서비스 할 계획이다. 그는 "청소·세탁·가사 도우미 중개 서비스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택시·대리운전 등 신규 사업에서 스타트업들을 밀어내고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임 대표는 "카카오택시 같은 사업이 기존 사업자나 스타트업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모든 스타트업을 인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