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지(黃江吉) 샤오미 공동 창업자

“소비자들이 집 전체를 한꺼번에 ‘스마트홈’으로 바꾸는 일이 일어날까요?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사용자들은 스마트 제품 하나를 써보고 편리하다고 느끼면, 그제서야 다른 종류의 제품 하나를 더 삽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몇 년 후 집 전체가 스마트홈이 되는 것이죠. 한번에 하나씩 경험하게 하는 것이 샤오미의 IoT(사물인터넷) 전략입니다.”

황장지(黃江吉·KK Wong) 샤오미 공동 창업자 겸 부총재(副總裁)는 13일 홍콩섬 완차이(灣仔)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 2년 동안 2500만개의 IoT 제품을 팔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꺼번에 모든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스마트 홈(Smart Home)’ 방식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샤오미는 55개 계열사와 관계사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미밴드)와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체중계 압력밭솥 공기청정기 정수기 홈카메라 초고화질 TV(미TV2) 에어컨 등 수십 종의 IoT 제품을 내놓았다.

황 창업자는 샤오미 창업 7인방 중에서도 일찍 회사에 합류한 핵심 인물로 샤오미의 IoT와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009년 레이쥔(雷軍) 창업자 겸 CEO가 구글에서 일하던 린빈(林斌)을 끌어들였고 린빈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일하던 황장지를 영입했다. 샤오미는 2010년 설립됐다.

황 창업자는 이날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 서밋(Internet Economy Summit) 2016’에서 ‘IoT 기회들’이라는 주제 토론에 패널로 참석했다. 샤오미는 중국 전역에 체험 공간인 ‘샤오미의 집(小米之家)’을 20곳 운영 중이다.

다음은 황 창업자와의 일문일답.

황장지(黃江吉) 샤오미 공동 창업자(맨 오른쪽)가 13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 서밋 2016’에서 ‘IoT 기회들’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 홍콩 출신으로 퍼듀 대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2010년까지 MS에서 14년간 근무하다 창업했다.

“그렇다. 2010년 샤오미 설립 당시 창업자들의 평균 나이가 40세가 넘었다. 샤오미는 창업자들의 나이가 많은 ‘늙은 스타트업’이다. 우리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웃음).”

샤오미 창업 7인방에는 레이쥔, 린빈, 황장지 외에도 레이쥔이 창업한 킹소프트에서 일했던 리완창, 린빈과 함께 구글에서 일했던 홍펑, 모토로라 출신인 저우광핑, 베이징과기대에서 산업디자인과 학장을 역임한 류더 등이 있다. CEO인 레이쥔을 제외한 나머지 공동 창업자들은 부총재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 샤오미는 지금까지 IoT 제품을 얼마나 팔았나.

“지난 2년 동안 2500만개를 팔았다.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웨어러블기기인 ‘미밴드’다. 그 다음은 홈 카메라다.”

― 잘 팔리는 IoT는 어떤 특성이 있나.

“(바로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인터넷이 연결된 의자를 내놓는다고 팔리겠는가. 사람들을 끌려면 제품 자체가 좋아야 한다. 사용자가 의자를 마음에 들어하고 나서 ‘아, 인터넷 연결기능도 있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4년 전인가, 모 회사에서 나온 스마트 조명은 두꺼운 매뉴얼을 읽어야 하고 설정도 따로 해줘야 했다. 그건 ‘스마트 조명’이 아니라 ‘바보(dummy) 조명’이다. 샤오미 카메라를 봐라. 매뉴얼을 읽을 필요가 없다. 박스를 뜯고 전원을 꽂으면, 당신 스마트폰에 ‘기기를 감지했습니다’고 알람이 뜬다.”

― 샤오미의 IoT 비전과 전략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스마트 기기가 좋은지 나쁜지 무엇인지도 모른다. 나는 모든 제품을 한번에 업그레이드하는 ‘스마트 홈(Smart Home)’ 전략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은 하나를 써서 만족하면 또 다른 종류의 제품을 하나 더 사보게 된다. 확실한 이점(benefit)이 있어야 하고 쓰기 쉬워야 한다. 샤오미는 큰 그림부터 그리는 ‘톱 다운(Top-Down)’ 전략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한번에 한 개씩 써보면서 스마트 기기를 늘려가게 하는 ‘바텀 업(Bottom-Up)’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 샤오미는 향후 3년 이내 몇 종의 IoT 제품을 더 내놓을 예정인가.

“그건 말해줄 수 없다. 아니, 몇 가지 제품을 더 출시할 지 나도 모른다. 그게 더 정확한 답이다.”

샤오미 창업자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황장지 공동 창업자이며 붉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레이쥔 창업자 겸 CEO다.

― 요즘 인공지능(AI)이 기술 업계의 최대 화두다.

“맞다. 내 관심 분야도 거기에 있다. IoT에서도 기계학습(머신 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홈카메라는 가족 구성원의 얼굴을 인식해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경보음을 울리도록 진화해야 한다. 기계인 홈카메라에 가족 얼굴들을 어떻게 일일이 학습시킬 것인가가 숙제다. 결국 머신 러닝을 통해 카메라 스스로 배우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사전 프로그래밍으로는 기계한테 가르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AI와 IoT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 AI 기술이 발달하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것으로 보나.

“그렇지 않다. AI 덕분에 사람들이 보다 똑똑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AI는 사람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나온 것이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다. 기계와 기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웨어러블 기기가 나왔다고 해서 컴퓨터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계가 기존 기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한다.”

― 샤오미는 한국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인가. 샤오미는 한국에 총판 두 곳을 두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스타트업이다. 한번에 한 가지 스텝(one step in a time)만 밟아야 한다. 한국에서 보조 배터리가 많이 팔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사업도 단계를 하나씩 밟아 진행할 것이다. 홍콩에 사는 내 친구들이 이런저런 샤오미 제품을 거론하면서 중국 본토에는 파는데, 홍콩에서는 왜 안파느냐고 묻는다. 나라마다 단계가 필요하다. 샤오미는 현재 인도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유럽 등 다른 지역에는 시장을 철저하게 이해한 다음 들어갈 예정이다.”

― 샤오미가 당면한 어려운 점도 있나.

“우리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서비스가 아닌) 실제 물건을 판다. 아무래도 다양한 물건을 팔다보니, 정교한 공급망(supply chain)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인 우버는 해당 국가의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앱 기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회사마다 각기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스타트업 중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기업이 우버이며 그 다음이 샤오미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680억달러(78조원)이며 샤오미의 기업 가치는 450억달러(약 51조)다.